이은정 보도부장
이은정 보도부장

21살의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며 절대 맡을 일 없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한 집단의 ‘장’직을 맡아봤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 부기장으로 시작해서 전공 설계 수업 반장, 지금의 보도부장직까지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 ‘장’직을 비판하는 쪽의 성향이 강했다. 쓸데없는 것들을 집어 반박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짜증 나는 팀원이 아닐 수 없었다.

소심하고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모두 자원해서 맡은 것이 아닌 ‘어쩌다 맡아버린 것’이었다. 그렇기에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남에게 귀찮은 일을 미루는 좋지 않은 성격이다. 이런 나에게 보도부장직은 지금껏 피해온 일들에 대한 벌로 느껴지기도 했다.

완벽하지 못할 사람은 ‘장’ 자리에 올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내가 봐온 ‘장’들은 항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일부는 권력에 취했고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했으며 구성원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그들에게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도 적지 않았는데 내가 ‘장’ 직을 맡게 되니 그 목소리가 되려 나를 찔렀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찔리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나는 구성원들의 밑이었고 무조건 구성원들의 편의에 맞췄다. 안전을 추구하고 ‘그냥 내가 할게’가 입에 붙은 ‘장’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의욕은 밑바닥 쳤고 그렇게 동아리 부기장 활동은 실패로 끝났다. 돌이켜보면 팀원들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빠른 일처리를 위해서는 좋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과거의 경험을 본보기 삼아 설계 반장직을 어찌어찌 끝냈고 지금은 보도부장 직을 맡고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고 했을까, 이제는 수습기자일 적 당연히 부장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그렇게 귀찮을 수 없다. 생각보다 구성원들은 나만큼 의견이 많았고, 구성원이 많았기에 의견은 배로 많았다. ‘장’들이 지고 있던 무게를 느끼게 됐다. 내가 욕했던 모습들이 내가 돼가는 느낌을 받았다.

위치는 사람을 만드는가. 지금까지 많은 ‘장’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해왔던 고민이 이제는 나를 가리키고 있다. 나는 좋은 부장인가. 맡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입장바꿔 생각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수습기자였을 때 나의 태도는 부장이 된 현재까지 변함없는가.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주관적이기에 감히 판단 내리기 어렵다. 끊임없이 물음을 던질 뿐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합리화인 것 같다. 내가 너무 바쁘니까, 다른 할 일이 있으니까, 내가 원해서 맡은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수락한 것은 바로 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나다. 완벽한 ‘장’은 될 수 없겠지만 그에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모든 것이다. 내가 맡은 바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나를 견제하고 비판해 주길 바란다.  


이은정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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