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을 공경하고자 만든 기념일이지만 실상 공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년과 노인 사이엔 단절이 있다. 세대 갈등은 신조어에서도 드러난다. ‘틀딱’, ‘꼰대’는 인터넷에서 종종 보이는 단어다. 틀딱은 노인들이 틀니를 끼는 것을 빗대어 만들어진 용어로 노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담긴 신조어다. 꼰대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강요하는 노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인터넷은 물론 청년들 사이에서 만연히 쓰이는 혐오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 교육 담당자는 이에 대해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팽배하다”며 “노인은 비생산적이며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인식이 박혀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문제는 적대적인 인식이 노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 탑골공원 폐쇄로 인해 공원 담벼락에 모인 노인들
▲ 탑골공원 폐쇄로 인해 공원 담벼락에 모인 노인들

 

노인의 수는 늘지만 세대 간 화합은 불투명

1964년에 정해진 우리나라 노인 기준은 만 65세 이상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 총인구의 14%를 넘기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2026년에 들어 우리나라가 총인구 중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예측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갈수록 노인의 비율은 늘지만 노인은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인식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장년의 88%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시 지하철 1호선을 타면 노인들이 다수 탑승해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1호선은 탑골공원이 있는 종로 3가역을 비롯한 청량리역, 노인들의 홍대라 불리는 동묘앞역이 있어 노인층의 탑승비율이 높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그리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는 일명 ‘지하철 빌런’을 모아놓은 유튜브 영상에서 한 네티즌은 “민폐는 대부분 어르신이 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버릇이 없다는 등 나이 든 것이 벼슬인 양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댓글을 남겼고 이 댓글은 약 3천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실제로 청년들은 노인 공경을 당연한 덕목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해당 교육 담당자는 “요즘 핵가족 형태를 이루고 살다보니 조부모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실질적으로 세대 간 이해의 폭은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며 노인과 청년의 소통이 어려운 것을 세대 갈등의 이유로 꼽았다.

혼자 남은 노인은 갈 곳이 없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 공원이지만 대중들에겐 일명 노인의 성지로 유명하다. 그곳에 모인 노인들은 같이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낸다. 무료급식소도 운영하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탑골공원은 놀 곳이자 밥 먹을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 22일부터 탑골공원이 폐쇄되며 노인들은 길거리에 모이게 됐다. 갈 곳도 먹을 곳도 없어진 이들은 탑골공원 뒤편에 책상과 의자를 두고 여전히 바둑과 장기판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노인이 코로나19가 터진 사태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독거노인 비율은 2019년 기준 19.5%에 달한다. 노인의 수는 20년 간 약 두 배 증가 했지만 독거노인 가구 수는 약 세 배 증가했다. 홀로 남겨진 노인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노인들의 경로당이나 복지관 이용률은 저조하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복지관 이용률은 9.3%, 경로당 이용률은 23%다. 실내 기관 이용률이 저조한 만큼 노인들은 외부에 모이기도 하는데 그 대표 격이 탑골공원이다. 코로나19 시국에 외부임에도 불구하고 모이는 것은 노인 개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위험한 행위다. 그러나 독거노인의 외로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노인의 자살 생각 이유 및 시도 조사에 따르면 673명의 응답자 중 13.2%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 중 외로움이 12.4%, 부부, 자녀, 친구 갈등 및 단절은 18.6%에 달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의 상황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거노인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고독사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60대 A씨가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우유 배달원에게 발견됐다. 지난 15일엔 파주 한 원룸에서 한 달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60대의 시신이 발견됐다. 독거노인 고독사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독거노인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538명에서 2017년 835명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한국전력은 서귀포시, SK텔레콤과 ‘인공지능 활용 사회안전망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전력 사용량을 통해 1인 가구 전력 사용량을 바탕으로 고독사를 예방하는 안전망 구축에 힘썼다. 독거노인의 안전과 고독사 방지를 위한 기술 차원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으나 정작 노인과 청년, 노인과 사회를 잇는 커뮤니티 활성화는 어려운 현실이다.

노인학대 가해자 중 68.4%가 동거인

가족들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안전망 구축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노인들 중에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34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신고 건수는 1만 6071건이었다. 이는 전년도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전체 신고 건수 중 현장 조사 실시 후 노인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5243건에 달한다. 노인 학대는 주로 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체 학대피해노인 5243명 중 학대행위자와 동거하는 경우는 3584명(68.4%)에 달했다. 동거인에게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피해노인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노인은 청년에 비해 비교적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신체적 폭력이 노인 학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노인 학대 유형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정서적 학대다. 정서적 학대 3465건(42.1%), 신체적 학대 3138건(38.1%), 방임 741건(9.0%) 순으로 정서적 학대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렇듯 노인 학대는 주로 집에서, 정서적 학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에서 포착되기 어렵다.

노인 인권 보호 위해선 지역사회 형성과 인권교육이 중요해

세대 간 갈등과 사회적 소외 속에서 노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어렵다.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이러한 갈등과 격리가 해소돼 노인이 사회안전망 속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제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공공서비스 확대 및 민간자원 연계로 대상자를 90만 2천 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대책의 골자는 지역사회 돌봄 활성화다. 노인을 돌보는 주체를 지역사회로 두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안전과 돌봄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이 점차 정부에서 지역사회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의 복지관은 여가 중심의 활동지원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까지 맡는다. 또한 지역사회 내에 노인이 봉사나 텃밭 가꾸기와 같이 다른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축됐다. 독거노인 대상 복지서비스는 향후 독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거나 동거인의 일상생활로 인해 낮엔 혼자 있는 노인, 주민등록상에만 동거인이 존재하고 실제론 혼자 거주하는 노인을 발굴해 사전 준비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단위의 종합지원대책을 세운 것은 노인에게 밀접하고 세심하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해당 교육 담당자는 “인권교육은 인권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목표”라며 노인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권과 노인에 대한 이해와 함께 노인인권 침해를 의식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권 침해 상황 발생 시 대응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통한 사회 전반과 노인의 긴밀한 연결이 노인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일 것이다. 인권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_ 김우진 기자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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