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슈퍼스타들이 있습니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IMF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을 열광시킨 야구선수 박찬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이 그 예입니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들을 어떻게 아는 걸까요? 만약 그들이 출중한 실력만 갖췄다면 전 세계인의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들이 슈퍼스타가 된 배경에는 그들의 출중한 실력에 더하여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1992년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드림팀의 총 연출자 데이비드 스턴은 “조던은 세계화가 시작 될 때 등장했다. 그리고 조던은 미디어를 통해 세계화를 폭발시킨 주인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조던의 상품성은 나이키와 스턴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상승했습니다. 조던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시상대에 성조기를 두르고 올라갑니다. 성조기 세리머니가 사실은 경쟁사 리복의 로고를 가리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것을 모르던 미국 국민들은 더욱더 조던에 열광하게 됐죠.

조던과 NBA, 나이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조던 신드롬’의 주인공 조던은 연간 수입 1천억원을 넘는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재벌이 됩니다. 또 나이키는 연간 10조원의 마케팅 효과로 세계최고의 스포츠용품 회사로 부상합니다. 학자들은 ‘조던 신드롬’ 마케팅 효과로 6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말합니다.
 

▲ 박찬호 진출 이후 국내 MLB 중계권 가격 변동 추이
▲ 박찬호 진출 이후 국내 MLB 중계권 가격 변동 추이

지난 1994년 한국 야구는 100년 만에 첫 메이저리거의 탄생을 알립니다. 바로 박찬호였지요. 당시 대한민국은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야구를 뛰어나게 잘하는 국가도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꿈의 무대라 불리는 메이저리그는 박찬호를 선택했을까요? 당시 메이저리그는 아시아 시장 개척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일본의 노모 히데오의 선례를 통해 일본 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게 박찬호란 검증된 마케팅 전략이었던 것이죠.

박찬호가 하필 미국 내 최대 한인 타운이 있는 LA를 연고로 하는 LA다저스에 진출한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1997년 이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기록하는 특급 선수로 성장하게 됩니다. IMF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한국 국민들은 국민 영웅 박찬호를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여들었죠. 결국 메이저리그 중계권은 10년 만에 30만 달러에서 5300만 달러로 약 170배 이상이라는 한국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초고속 상승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박찬호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확실하게 한국 스포츠 시장에 진입하게 된 것이죠.

 스포츠 마케팅을 이용한 스포츠 세계화는 크게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각 국가들이 단일화돼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조던과 베컴처럼 글로벌 스타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주는 것이 그 예시이지요.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이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마케팅 용어에서 기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영입처럼 지역 국가의 스포츠 스타를 활용하여 지역화를 통한 세계화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지요.

글로벌 스포츠리그의 마케팅 전략은 또 있습니다. 바로 자국 출신의 선수를 맹목적으로 응원하게 되는 ‘스포츠 내셔널리즘(Sports Nationalism)’입니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이란 민족의 동질감을 유발해 민족 통일을 형성하려는 사상이라고 일컬어집니다. 쉽게 말해 국가 대항에서 민족주의를 통해 각국의 로컬 시장에 진출을 노린다는 마케팅 전략인 것이지요. 결국 메이저리그는 축구의 월드컵처럼 전 세계가 참가하는 야구 대항전을 개최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2006년 처음 개최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WBC)이며 이 대회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리그는 일본, 한국 외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성공하게 됩니다.

글로벌 스포츠리그는 스포츠를 거대한 폭파 장치로 삼아 타국 스포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며 세계로 진출합니다. 다양하고 확실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며 말이죠. 어쩌면 우리가 슈퍼스타로 인식하고 있는 전 세계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글로벌 스포츠 리그와 거대 기업의 마케팅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치밀한 전략과 철저한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스포츠 스타 양성에 힘을 쏟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문득 ‘스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마케팅 전략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포츠 스타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주원 수습기자 kokolatte0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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