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우(국관 18) 시대법학회 대표

역사는 반복되는가? 혹은 발전하는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동의할 만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여전히 다양한 문제로 정치권의 갈등이 반복되는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다시 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탄핵 판결문 『2016헌나1』을 보며 헌법재판소의 판시사항이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제공하는 함의를 생각해 봤다.

첫째는 ‘생명권 보호의무’와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에 관한 결정이다.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대통령의 미흡한 대처는 탄핵소추의 불씨가 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위 의무위반을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는 헌법 제10조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를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지만, 이를 위해 대통령이 구체적인 행위를 할 의무까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대응조치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의무위반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69조의 대통령 취임선서 속 ‘성실한 직책 수행의 의무’는 구체적인 이행에 관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률위반을 심사하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탄핵심사의 대상이 되는지와 관계없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대통령은 성실히 직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확고히 했다. 특히,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무 수행으로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언급하며 위와 같은 의무를 더욱 중대한 문제로 다뤄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는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결정이다. 언론사 ‘세계일보’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발생한 정부의 고위직 인사 개입에 관한 문제 제기와 함께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계일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대통령의 언행이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비판적 입장표명만을 이유로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여 세계일보의 대표이사 해임에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탄핵소추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언론의 자유 침해 문제를 다룸으로써 정치 권력에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한 사회가 무엇인지 숙고하는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함께 나누어 생각해 볼 만한 판시사항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줄이기로 한다. 관심 있는 학우는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2016헌나1』 전문을 검색하여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탄핵 결정문에 담긴 결론 일부를 살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넘어 (중략) 정치적 폐습을 조장한 권력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지적에 비춰 볼 때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서 국민의 생명권 보호에 관한 논란, 구별 기준이 모호한 ‘가짜뉴스’ 비판과 극단적 지지층으로 인한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침해문제 등은 여전히 정치적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탄핵심판 이후 구(舊)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출범된 신(新)정부에는 헌법재판소가 염원한 국민 대통합의 자세와 정치적 폐습의 청산, 개혁을 위한 반성과 성찰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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