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는 일정한 멤버를 두지 않고 주변의 연주자 몇 명과 임시로 팀을 꾸려 공연하는 방식이 성행했습니다. 이때 단기 공연에 참여하는 연주자를 ‘긱(Gig)’이라고 합니다. 긱은 특정 공연단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때에 팀을 꾸려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새로운 노동 트렌드로 자리 잡은 ‘긱 경제(Gig Economy)’는 바로 이러한 미국의 재즈 공연 문화에서 시작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및 시사점」에서는 긱 경제를 특정한 프로젝트나 기간이 정해진 단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동력이 유연하게 공급되는 경제 환경이라고 정의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긱 경제는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일을 맡기는 방식을 말합니다.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긱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버는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와 고객을 이어주는 일종의 중개 업체입니다. 우버와 운전자는 정식 계약이 아닌 ‘드라이버 파트너’라는 독립 계약 관계를 맺습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필요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고객을 태워주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민 라이더스’, ‘쿠팡플렉스’, ‘요기요플러스 라이더’ 등 배달 대행의 음식 배달원도 긱 경제의 사례에 해당합니다. 언뜻 보면 음식점에서 고용한 직원 같아 보이는 이들은 배달 앱을 통해 그때그때 일감을 찾는 ‘긱 워커’입니다.

긱 워커의 주요 활동 공간은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은 정보나 서비스의 거래를 위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공간을 말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개별 계약자, 즉 공급자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앞서 대표적인 긱 경제라고 했던 우버 역시 플랫폼에 해당합니다. 우버는 단지 고객과 운전자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뿐 직접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으니까요. 대부분의 긱 워커는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가 확산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일감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식 배달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배달 건을 찾는 걸 본 적 있나요? 이런 장면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긱 워커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긱 경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전문가들은 긱 경제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해지고 기업의 투자가 늘었지만 이에 비해 일자리는 예상만큼 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인공지능의 등장 및 기계화로 사람의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꾀하는 긱 경제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긱 경제 체제의 기업은 발생하는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인력을 쓸 수 있습니다. 이로써 기업은 수요 불확실성 및 경쟁적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긱 경제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전통적인 장기 근로 계약 형태에서 벗어나 본인 능력과 역량에 따라서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근로 시간과 업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긱 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긱 경제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득 안정을 저해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긱 워커의 상당수가 심부름이나 배달 같은 단순 업무에 머물러 있어 이들의 소득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또 이들은 건강 보험과 고용 보험 등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되기 쉽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배달 대행 배달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을 초과하며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38%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렇듯 긱 워커의 실상과 처우는 생각보다도 더 심각합니다. 분명 이들도 기업과 고용 계약을 맺고 노동을 제공하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긱 경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긱 경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긱 경제는 차량 공유, 음식 배달, 청소, 퀵 서비스, 의료 진단 등 다방면에서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긱 경제 시대를 살아갈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앞서 긱 경제의 어원이 미국의 재즈 공연 문화였다는 것을 기억하시나요? 재즈는 즉흥성을 특징으로 하는 음악 장르입니다. 악보를 보고 그대로 연주하기보다는 연주자만의 색깔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평판을 쌓아 다음 팀을 꾸리기에도 편해지니까요. 긱 경제 시대를 살아갈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재된 역량을 깨워 나만의 연주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신현지 수습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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