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총 3회에 걸쳐 가다실 9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끝냈다. 54만원의 접종 비용이 들었지만 예방주사로 자궁경부암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막을 수 있는 병은 막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접 경험해 본 자궁경부암 백신은 2차 접종이 가장 아팠고 근육통도 오래갔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적용 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접종을 완료한 즈음 자궁경부암 백신은 화젯거리가 됐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의 남자주인공 박보검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중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다는 생소한 장면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이슈가 됐다.

세계 여성 암 2위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이란 자궁의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으로 전 세계 여성 암 중 두 번째(15%)로 흔한 암이다. 2017년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여성암 발생률로는 7위에 해당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5.8%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2.6%, 30대가 17.1% 순이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oma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종류는 대략 150여종이고 이 중 약 40여종이 항문과 생식기 감염에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인 것은 맞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의 감염이 반드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70~80%는 1~2년 이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 소멸되기 때문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우리나라 성인여성의 10명 중 1~2명, 성인 남성 10명 중 1명이 감염될 정도로 흔하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외음부 상피 내 종양 등 다양한 질병을 초래한다.

효과 증명된 자궁경부암 백신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은 두 종류다. 그 중 대부분의 여성은 ‘가다실’을 선택한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지금까지 100여가지 종류가 발견돼 번호가 붙여졌다. 가다실 4가백신은 16, 18번 인유두종바이러스 외 6, 11번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성기사마귀 예방이 가능하다. 가다실 9가 백신은 4가 백신에 31, 33, 45, 52, 58형이 추가돼 항원 범위가 가장 넓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임신 중에는 접종이 불가하다. 게다가 총 6개월 간 세 차례에 걸쳐 접종이 이뤄지기 때문에 미리 맞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관계로 전염이 되기 때문에 첫 성관계 전 어린 나이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접종 권장 연령은 성경험 연령을 20세로 가정할 때 2~3년 전인 15~17세다. 이는 충분한 항체 형성을 위해서다.

 2016년부터는 12~13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반부인종양학회’는 성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45세의 여성까지 백신을 맞도록 권고하고 있다. 백신의 효과는 최소 20년 이상 지속 가능하다. 국가암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1999년에서 2017년까지 매년 3.5%씩 감소했다. 2007년 자궁경부암 백신을 가장 먼저 국가접종으로 선정한 호주의 경우 백신을 시작한 연령대에서 자궁경부암 전암(前癌) 단계 발생이 감소한 것을 객관적 자료로 증명하기도 했다.

자궁이 없는 남자에게도 효과 있어

자궁경부암 백신은 남녀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이라는 명칭 때문인지 남자가 접종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최근에서야 남자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 우리대학 남 학우 A(22) 씨는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어느 누구도 얘기해 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남성은 10명 중 한 명 꼴로 꽤 높은 수치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힌 또 다른 남 학우 B(22) 씨는 “이성친구가 말해줘서 알았다”며 “여자 친구가 있는 친구들은 여자친구와 같이 맞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접종 여부에 대해 묻자 “3차에 걸친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쉽게 맞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백신은 1회에 15~20만원 사이로 3회 접종 시 45~60만원 이상의 금액을 필요로 한다.

자궁경부암 외 질병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는 99% 성관계에 의해 감염된다. 때문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는 이유가 성관계를 위해서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성관계를 위한 준비라는 시선 때문에 접종을 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성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여 정부 차원의 접종 비용 지원을 통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비용 절감이 이뤄져야한다. 또한 성별과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발적으로 미리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이주원 수습기자 kokolatte0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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