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사회부장
김우진 사회부장

‘라면형제’, 처음 이 단어를 기사에서 봤을 땐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라면과 어떤 연관이 있길래 형제 앞에 라면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빠르게 기사를 찾아보니 가스레인지와 싱크대가 불로 인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그을린 사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놀란 마음에 글을 읽자마자 절로 탄식이 나왔다. 8살, 10살의 어린 아이들이 라면을 끓이다가 화재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10살이면 140cm도 채 안되는 어린 아이다. 가스레인지 앞에 그정도 눈높이로 서보니 간신히 조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가스밸브를 잠그거나 여유롭게 조리를 할 수 있는 키는 아니다. 10살 형 옆엔 그보다 더 작은 8살 동생이 있었다. 그들은 불이 번지자 몸을 숨겼다.

이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한 CCTV 영상이 화제가 됐다. 두 아이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영상이 찍힌 시각은 놀랍게도 새벽 3시경이었다. 새벽 3시는 다 큰 어른이 도로를 다니기에도 스산하고 위험한 시간대다. 편의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 형제는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야 했다. ‘엄마가 아파 음식을 사러 왔다’고 편의점 알바생에게 전한 아이는 엄마와 통화를 하며 도시락을 신중히 고른다. 이들이 이렇게 편의점 CCTV에 찍힌 영상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형제가 단 둘이 동네를 다니거나 엄마와 다녀도 돌봄을 받은 흔적이 없어보였는지 지난해부터 아동을 방치한다는 이웃신고도 세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고가 무색하게 이들을 보살펴주는 조치는 없었고 결국 두 형제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라면을 끓이다 화재사고를 당하고 만다.

중화상을 입고 연기를 많이 마셔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동생은 결국 지난달 22일에 세상을 떠났다. 형제 중 형이 동생을 지키기 위해 구석으로 대피시키고 일종의 보호막으로 동생 주변에 이불을 쌓아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은 더해졌다.

사회 아동 돌봄망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결국 ‘형제’로 불리지 못하게 됐다. 라면형제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됐을 때 단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들이 왜 라면형제인가. 라면을 끓이다 비극적 사고를 당하게 된 이들의 앞에는 ‘라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언론의 자명한 불찰이다. 단지 사람들의 편의와 뇌리에 꽂히는 단어를 만들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두 형제의 희생으로 사회는 다시금 아동 돌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게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법원에 방임 아동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도 나왔다. 시스템은 구축돼있으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회 공동 육아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유명한 슬로건이다. 이웃의 관심과 신고에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와중, 사회는 어떻게 아동을 함께 키워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김우진 사회부장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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