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타대학 학부생 A씨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악성 게시글 및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다수 대학생이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에타는 초기 시간표나 강의평가 등의 목적으로 이용됐으나 현재는 대학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커뮤니티가 자신이 신분을 밝히지 않는 한 철저한 익명으로 운영되며 사실상 현재 대부분 대학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도 원래 사용되던 ‘서울시립대광장’은 그 역할이 줄어들었고 현재는 에타가 유일무이한 공론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의견을 나눌 제대로 된 공론장이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고 익명성이 보장된 에타는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교내 여러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나 여론 형성도 주로 에타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에타가 학내 공론장의 역할을 하며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형태가 건강한 공론장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익명 커뮤니티이기에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글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기도 한다. 또한 익명성의 뒤에 숨어 상당한 혐오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 6월 청년참여연대가 대학생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9%는 익명, 막말, 비방, 혐오 등으로 인해 에타에서 불쾌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렇듯 에타가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일에도 에타는 무분별한 혐오표현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에타는 갖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대학 에타에도 익명성을 등에 업은 각종 차별 및 비하 발언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하는가. 보다 건강한 공론장 형성을 위해 운용회사,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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