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방

누구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각자만의 방법이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며 때로는 값비싼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테네스 윌리엄스의 소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 블랑쉬는 그 허전함을 ‘욕망’으로 달래고자 했다.

블랑쉬는 미국 남부에 위치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교사로 일한다. 그러나 그녀의 가문은 거대한 농장을 잃고 몰락하게 된다. 게다가 가족들이 죽고 남편까지 자살하자 블랑쉬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깊은 좌절감에 빠진다.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고자 그녀는 여러 남자들에게 의지하곤 했다. 이후 블랑쉬는 뉴올리언스에 있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여동생인 스텔라 부부가 사는 ‘극락’이라는 낙후된 빈민가를 찾게 된다. 그러나 스텔라의 남편인 스탠리는 블랑쉬의 거짓 행동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후 스탠리 친구인 미치는 블랑쉬를 사랑하게 돼 그녀와의 결혼까지 염두에 둔다. 그런데 스탠리가 블랑쉬를 뒷조사한 결과 그녀의 모습 중 대부분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블랑쉬가 여러 남자들에 의지해 외로움을 달랬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학생과 적절하지 못한 관계로 원래 그녀가 살던 지역에서 쫓겨났음을 알게 된 것이다. 몇 주 후 스텔라 부부는 블랑쉬를 정신병원에 보내려하고 블랑쉬는 무조건적으로 저항한다.

소설 속 블랑쉬는 허언으로 외면을 꾸미며 끊임없이 본인의 내면을 외면하고 부정한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는 거짓말한 적이 없어요”라며 겉으로는 남을 속인 적이 있을지언정 실제 속내에선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블랑쉬는 본인의 거짓말을 실제로 믿은 것이다. 이러한 블랑쉬의 태도를 두고 그녀를 거짓말만 늘어놓는 환자라고 치부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속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처해있는 현실과 상황을 고려해야 할까.

블랑쉬는 그녀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 쫓겨난 채 스텔라 부부가 사는 극락으로 떠난다. 그리고 끝끝내 극락에서 추방돼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다. 블랑쉬는 자신의 터전에서 욕망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 채 또 다른 욕망을 찾아 극락으로 갔지만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의 극락과 스텔라 부부의 극락이 달랐듯이 사람들이 지향하는 각자의 극락은 다 다른 것이 아닐까.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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