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죽음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옵니다. 그중에는 현재의 기술로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도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대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여기 죽은 직후 냉동돼 영하 196°C의 질소 탱크 안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냉동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긴 잠에 빠진 이들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 자신이 앓고 있는 불치병의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깨어나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냉동인간 기술, 즉 냉동 보존술은 숨이 멎어도 세포가 살아있다면 다시 소생할 수 있다는 이론에서 시작됐습니다. 몸 전체를 냉동시켜 보관하기 위한 처리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작업은 사망 선고가 이뤄진 후 곧바로 진행됩니다. 먼저 신체에 얼음을 부어 온도를 영하로 낮춥니다. 그 후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심폐 소생 장치를 연결해 호흡과 혈액순환 기능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정맥 주사를 놓아 세포가 썩지 않도록 방부 처리를 합니다. 다음으로 가슴을 열고 갈비뼈를 분리한 후 혈액과 체액을 모두 빼내고 동결 억제제로 대체해 주입합니다. 처리가 끝난 신체를 영하 196°C로 급속 냉각한 질소 탱크에 보관하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처리된 인간은 생체 시간이 멈추어 시간이 흘러도 세포가 노화하지 않는 상태로 보존됩니다.

현재 냉동 보존술은 말 그대로 냉동 보존 기술에서 멈춘 상태입니다. 인체를 손상 없이 급속 해동시키는 기술은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더 많습니다. 세포 수준의 신체 일부를 동결하고 다시 해동해 살려내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있습니다. 난임 치료를 위해 정자와 난자, 수정을 마친 수정란을 냉동 보관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렇듯 크기가 작은 세포는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내외부의 온도 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하지만 냉동인간과 같이 그 부피가 커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해동 과정에서 온도 차가 생기며 얼음의 ‘결정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시신 내부의 제거되지 않은 수분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을 만들면서 세포막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장기와 조직마다 얼고 녹는 속도가 다른 것도 큰 문제입니다. 해동에 적합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세포가 파괴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세포가 손상되면 냉동인간이 깨어나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냉동 보존술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는 뇌를 해동시키는 기술입니다.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뇌를 냉동 상태로 제대로 보관하고 해동시킨 후 뇌세포를 모두 복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뇌의 기능과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다면 설사 냉동인간이 깨어난다고 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발달하는 생명공학과 뇌 과학 기술은 냉동인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컴퓨터 뇌’와 같은 기술이 바로 그 해결책입니다. 먼저 생전의 뇌에 보관돼 있던 기억을 컴퓨터로 옮겨 저장합니다. 그 후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을 미래에 다시 깨어난 냉동인간의 뇌에 주입하는 것이죠. 꿈 같은 이야기지만 현재 인간의 신경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뉴런’까지 개발된 것을 보면 그리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알코르 생명연장재단’과 ‘크라이오닉스 연구소’, 러시아의 ‘크리오러스’. 이들 세계 3대 냉동 보존 기업에서 보관 중인 사람의 수만 약 450명 정도라고 합니다. 죽은 후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청하며 기다리는 대기자의 수 역시 수천 명에 이릅니다. 최초로 냉동인간이 된 사람은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였던 제임스 베드퍼드입니다. 간암 말기였던 그는 1967년 냉동인간이 돼 아직까지 깨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야구 선수였던 테드 윌리엄스, 중국의 작가 두훙과 같은 여러 유명인들이 냉동인간의 길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처음으로 냉동인간이 탄생했습니다. 암으로 돌아가신 80대 어머니를 미래에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50대 아들이 냉동인간 서비스를 의뢰한 것이라고 합니다.

냉동 보존술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질소 탱크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냉동인간들이 언젠가는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영영 다시 눈을 뜨지 못한 채 그대로 잊힐까요? 학계 전문가들은 2040년에는 냉동 보존했던 죽은 사람의 뇌를 살리거나 인공 신체에 이식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체 냉동 보존술로 소생한 최초의 인간이 등장하는 것 또한 비슷한 시기로 전망합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냉동인간이 20년 후 우리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김유경 기자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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