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보도부장
이은정 보도부장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언론은 사실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신문사에 처음 들어오고 가장 놀란 것은 엄격한 규율이었다. 기자는 보도기사에 자신의 사견을 넣으면 안 된다. 주장하는 내용은 무조건 인터뷰이의 입을 통해야 한다. 한쪽 입장을 넣었다면 반대쪽 입장도 들어가야 한다. 비판하는 기사에서는 크로스 체크가 필수이며 기자는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또한 기사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각 집단에 끼칠 모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행해져야 할 것 같은 이 규율들은 지금의 언론에서 잘 지켜지고 있을까. ‘옐로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범죄와 희한한 사건, 성적 추문 등을 경쟁적으로 과도하게 취재 보도하는 저널리즘을 일컫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주 자극적이고 재밌는  뉴스 기사를 찾아보곤 했다. 기자들은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들을 지어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다른 기사를 복사, 붙여넣기 한 제목만 자극적인 기사들이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신문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에게 언론은 가벼운 존재였다.

최근 가장 크게 충격받은 것은 ‘화장실에서 70억 발견’이라는 류의 제목을 달고 나온 기사였다. 그 기사가 궁금해 제목을 클릭했더니 다른 기사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신문사가 링크를 잘못 연결한 것인가 싶어 직접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목을 검색했다. 그런 기사는 없었다. 그러나 인기 기사 1등은 여전히 ‘화장실에서 70억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다시 제목을 클릭을 해봐도 다른 기사로 넘어갔다. 그때 ‘아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지도 않은 기사의 트래픽을 3번이나 올려주고 만 것이다.

언론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공동조사한 2018년도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37개국 중 꼴찌였다고 한다. 신문사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나를 놀렸던 단어도 ‘기레기’였다. 내가 신문사 소속이어서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 지인은 ‘황색 언론’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연예인의 사례를 이유로 들었다. 현재 문제가 많은 언론사가 많다. 서울시립대신문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차라리 대학 신문이 더 신뢰도가 높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론이 언제부터 이렇게 황폐화 되었나 싶다. 내가 앞으로 언론사에 몸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몸담고 있는 입장으로서일부 비윤리적인 기사들 때문에 함께 비난받고 싶지 않다. 어린 아마추어 기자들도 최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성 언론들도 정직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제목 때문에 이번 호 베리타스를 읽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독자들이 자극적인 기사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견제하고 함께 비판해준다면 언론이 더 정직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도 기자들에게도 모두 도움을 요청한다.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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