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딸은 춤을 춘다(2020)

영화는 한 여성이 전화를 받으며 시작된다. 군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였다. 그렇지만 댄서로 활동하는 신미는 신분증상의 이름인 ‘신민호’가 아닌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신미는 강렬한 음악에 맞춰 가감 없이 자신을 표현한다. 특히 두 손이 묶인 듯이 춤을 추던 신미는 노래를 끄고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난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 하면 제 손을 문고리에 묶어놨단 말이죠. 묶인 채로 췄던 춤이 이거야. 다 같이 췄으면 좋겠어요”라고. 이렇게 신미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춤으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존재감 있는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신미의 팬이자 병무청에서 일하고 있는 혁태는 게이다. 병역판정검사 중 그를 만난 신미는 그에게 아는 체를 한다. 하지만 그는 신미를 모른 척하고 동료에게 “저런 사람을 보면 역겹다” 말하며 자기 자신까지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자신이 게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사회에서 부정당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이런 그에게 신미는 말한다. “오빠나 나나 잘못된 거 아니잖아요. 저는 그냥 제 모습 그대로 살고 싶어요”.

그렇지만 사회는 신미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군면제를 위해 ‘여장’을 한 것이라 여긴 임상심리사는 신미에게 여성인 것을 확인해 보이고 싶다면 속옷을 내리라고 한다. 그에게 신미는 “여자로 인정받고 싶은 거라고요”라고 답한다. 이렇듯 신미는 끊임없이 남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아야 했다. 그러나 결국 신미는 1급으로 현역입대 대상자가 된다. 이때 혁태는 노래를 튼다. 신미는 춤을 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속옷을 내리고 볼 일을 본다. 밖에서 화장실조차 편히 갈 수 없었던 신미는 개운한 듯한 표정을 보인다.

두 배우의 리딩 현장을 담은 <신의 아이들은 연기가 어렵다>라는 작품도 있다. 신미 역을 맡은 배우 해준은 처음하는 연기가 어렵고 혁태 역을 맡은 배우 우겸은 자신이 맡은 게이 역할을 어려워한다.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반전이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람들은 신미의 겉모습만을 보고 ‘여자 같다, 아니다’라고 말한다. 신미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트렌스젠더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신미는 어떤 점 때문에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극 중 신미는 ‘곧 죽어도 예뻐야 하는데’라며 외적인 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오히려 젠더 이분법을 공고히 하는 것은 아닌가. 경계가 필요해 보였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