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이하 미국 대선)로 전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미국 대선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제 정치의 흐름과 경기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이번 선거는 부정 투표 의혹 제기와 우편 투표로 인한 개표 지연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다 보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낯선 선거 방식과 복잡한 절차입니다.

미국은 ‘간접 선거 제도’와 ‘승자 독식제’라는 독특한 선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접 선거 제도는 유권자가 직접 후보자에 투표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으면 그 선거인단이 유권자의 뜻에 따라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선출된 선거인단이 의견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죠.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해 정해지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주와 적은 주의 선거인단은 꽤 큰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55명의 선거인단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의 선거인단 수는 단 3명입니다. 미국이 간접 선거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미국의 정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은 여러 주의 연합으로 이뤄진 연방 국가입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은 미국 주민의 대표라기보다는 50개 주의 대표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각 주의 대표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이유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네브래스카 주와 메인 주를 제외한 48개 주는 승자 독식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승자 독식제는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다른 후보의 표까지 모두 차지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승자 독식제 체제에서는 인구가 많은 주에서 이기는 것이 인구가 적은 주에서 이기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인구가 많은 주는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돼있기 때문에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후보자는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경합주’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합주의 선택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경합주의 투표 마감 시간이나 개표 방법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에서 승자 독식제가 시행되는 이유 역시 미국이 연방 국가라는 것과 관련돼 있습니다. 연방 국가 체제에서 각 주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서는 의견을 통일해야 합니다. 이때 합의된 의사를 만들기 위해 승자 독식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미국 대선은 크게 4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먼저 유권자들은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통해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단을 선발합니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모두 대의원을 결정하는 방식이지만 구체적인 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코커스는 각 주의 정당 주관으로 열성 당원들이 연설과 토론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명합니다.

반면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 주관으로 전체 유권자 혹은 전체 등록 당원이 비밀 투표를 통해 후보를 정하죠. 이렇게 후보가 정해지면 전국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대선 후보를 결정합니다. 전당대회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됩니다. 다음으로 유권자들은 선거인단을 선출합니다. 이때 선거인단 선출은 간접 선거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꽤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먼저 각 주의 선거인단은 어떤 후보를 선출할지 미리 유권자들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투표용지에는 선거인의 이름이 아닌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열거돼 있고 이 중에서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선택할 선거인단이 선출됩니다. 선거인단 선출이 끝나면 대통령은 사실상 결정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선거인단은 투표에 따라 정해진 후보를 뽑게 돼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선거인단은 12월 둘째 주 수요일 다음에 오는 월요일에 각 주의 수도에 모여 명목상의 대통령 선거를 실시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새 대통령이 다음 해 1월 20일 열리는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면 모든 절차는 끝이 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개표 결과에 불복하면서 개표 결과 확정시기와 이와 관련한 절차도 화두가 됐습니다. 집계 결과 조 바이든 후보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했지만 트럼프 후보는 이에 불복한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조지아주를 포함한 경합주들을 대상으로 개표 중단 및 재검표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조지 W.부시 후보와 앨 고어 후보의 승패를 가른 것은 플로리다 주 선거였습니다. 부시 후보는 앨 고어 후보보다 537표(0.01%)를 더 얻었고 단 0.01%의 차이로 부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앨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에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요청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재검표를 기각하면서 선거는 일단락됐습니다. 투표가 끝난 지 36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미국 헌법은 이러한 투표 관련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당선인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타임라인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타임라인에 따라 매해 12월 8일까지는 개표 관련 분쟁을 종료해 당선인을 확정지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과 관련한 모든 논란도 조만간 끝을 맺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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