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tvN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송 4주만에 ‘드라마 TV 화제성 TOP1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7일 처음 방송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다.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밸리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스타트업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시기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업 열풍과 더불어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열풍에 액셀러레이터와 창업 허브까지 활기 띠어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으로 취업 준비나 자격증 시험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창업 기업을 일컫는 용어로 보통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 모델로 제시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또 성공만 한다면 평범한 직장인으로는 모으기 힘든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 들고 있다.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 기업은 80만 9599개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여파에도 스타트업 열풍은 계속된 것이다. 투자건수와 투자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타트업 ‘플래텀’과 ‘로켓 펀치’가 발간한 「2019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총 606건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했다. 투자 규모도 전년 대비 223.9% 증가해 약 5조 1152억 6천만원에 달했다. 이 중 3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총 203개로 전체 투자 건수의 33.5%를 차지했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콘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8월 중기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은 13개다. 지난 2017년 4개에 불과하던 유니콘 기업의 수가 3년 만에 13개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우아한 형제들’, ‘토스’와 같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기대감도 부풀었다. 지난해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4조 8천억원으로 매각돼 업계의 관심을 산 바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 액셀러레이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자의 투자 유치를 돕고 전문 교육 및 멘토링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보육 기관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성장시키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는 이를 ‘꿈의 장소’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 ‘아이빌트세종’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액셀러레이터는 지난 9월 기준 284개를 돌파했다.

여러 스타트업이 모여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는 창업 허브도 곳곳에 생기고 있다. 금융기관·투자회사가 밀집한 테헤란로, 게임 IT 중심의 판교 밸리, 하드웨어 스타트업 위주의 가산·구로 디지털단지 등은 대표적인 창업 허브로 이미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요람’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정부나 대기업의 활발한 지원이 더해져 입주 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여러 스타트업 기업과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열악한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스타트업 경쟁력은 열악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가운데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은 27%로 프랑스(44.3%), 영국(41.1%), 독일(39.1%)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평가 지표로 고려되는 고성장 기업의 수는 6.5%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영국(12.9%), 이스라엘(11.4%)의 절반 수준이다. 스타트업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창업 이후 규모를 키우지 못한 채 남아있거나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M&A(기업 인수·합병)가 유의미한 자금 회수의 방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데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방식으로 통한다. 개별적으로는 작은 기업이지만 전략적으로 합병을 하면 더 큰 시장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정보 분석기관 ‘스타트업 게놈’의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의 M&A를 통한 벤처투자 회수금액은 글로벌 스타트업 총 회수금액 약 2190억 달러의 0.03%에 해당하는 670억원이었다. M&A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대학 통섭전공 창업학 김서영 교수는 “M&A가 되려면 일단 스타트업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큰 기업이 봤을 때 회사의 아이템이 좋아야 M&A를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이 일부 업종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은 플랫폼 관련 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중기부가 지난해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뽑은 예비 유니콘 42개 가운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은 47.6%를 차지했다.

ICT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의 플랫폼 사업과 이들과 연관성이 많은 업종의 스타트업까지 합하면 64.2%에 달한다. 이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적은 플랫폼 기업이 자금 조달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제조나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에 비해 투자 규모와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파이가 큰 비즈니스보다는 플랫폼 위주로 창업을 한다”면서 “투자자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 이상으로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로 기술을 이용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기존의 서비스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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