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책 읽기에 도전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지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분명 늘었다. 책 읽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기자는 지난 가을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놀랍게도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비단 기자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따로 책 읽는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의 양식인 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2020, 인간의 조건’ 주제는 바로 책 읽기다. 책의 종류는 전자책, 오디오북, 독립출판물, 종이책 총 4가지로 정했다. 종이책만 접해봤던 기자이지만 변화하는 독서 트렌드를 따르고자 여러 방식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 표지석.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 표지석.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익숙해진 종이책에서 벗어나 전자책에 도전하다

‘내 손안의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전자책이 새로운 독서 방식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참고기사: 제747호 7면 『전자책의 시대가 도래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고 종이책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제는 지하철, 카페 등 장소를 불문하고 전자책을 읽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자도 요즘 대세라는 전자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리대학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했다. 우리대학 전자책 도서관 사이트에서 원하는 책을 대출하고 스마트 기기나 전자책 전용 뷰어 등에서 ‘북튜브 전자도서관’,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웅진OPMS’ 앱 중 하나를 다운로드하면 다운받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서 대출한 책을 읽을 수 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검색해봤으나 검색결과가 없다는 메시지가 계속 나왔다. 설마 유료 앱은 다를까 싶어 확인해봤지만 유료 앱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으로 눈길이 갔던 윤태영의 『소비수업』을 골랐다. 『소비수업』은 현대인에게 소비가 가지는 의미를 전달하고 소비의 이면에 작동하는 체제의 운영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책이다. 흥미가 갔던 책임에도 어쩐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읽다보니 유혹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선 인터넷 기능이 내장되지 않은 전자책 단말기의 경우 게임, 문자 등의 방해 요소가 없어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전자책의 시대가 온다면 반드시 단말기를 구입할 것을 다짐하며 전자책 체험을 마무리했다.

듣는 책, 오디오북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오디오북 일명 ‘듣는 책’이다. 오디오북은 책의 내용을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로 최근 출판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활자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덜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면서도 책을 읽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딱 들어맞는 독서 방법이다.

기자는 오디오북을 듣기 위해 ‘밀리의 서재’ 앱을 이용했다. 이 앱을 자주 이용하는 동료 기자가 연예인이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전문 성우뿐만 아니라 인기 연예인 또는 저자의 목소리로도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었다. 기자는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제로)』를 골랐다. 이 책의 이전 시리즈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자인 채사장이 직접 오디오북을 낭독했다.

이어폰 속으로 ‘자아와 세계는 하나’라는 일원론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평소 같으면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을 텐데 오디오북을 듣자니 왠지 지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버스 안에서 집중해서 듣다 보니 속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집에 도착해서 남은 부분을 들었다. 너무 빨리 한 권이 끝나서 확인해보니 오디오북은 대부분 요약본으로 출시되고 있었다. 짧은 시간으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어 좋았지만 겉핥기에 머무르는 듯해서 아쉬움도 남았다.

▲ 연남동에 있는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아늑한 분위기 속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이 놓여있다.
▲ 연남동에 있는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아늑한 분위기 속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이 놓여있다.

출판계의 아웃사이더, 독립출판물

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쫓는 인디문화는 출판계에도 존재한다. 바로 독립출판물이다. 독립출판물은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만드는 형태다. 저자가 출판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상업책과는 달리 저자의 성향이 부각된다. 독립출판물은 새로운 책을 갈망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독립출판물을 보기 위해 기자가 향한 곳은 연남동에 있는 ‘유어마인드’다. 1세대 독립 서점이라 불리는 유어마인드에서는 국내 소형 출판사, 아티스트 개인에 의해 제작된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구경할 수 있다. 유어마인드는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흰색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계단을 올라 문을 열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책방을 볼 수 있었다.

내부에는 가지각색의 형태로 된 책이 즐비했다. 표지를 가죽으로 덮은 책이 있는가하면 기다란 탁상용 캘린더 모양도 있었다. 책의 주제도 다양했다. 주로 에세이가 많았지만 정치 또는 사회 문제를 다룬 책도 있었다. 그 중 기자가 읽은 책은 대학 시절 통학하던 지하철 안에서 펼쳤던 엉뚱한 상상을 기록한 김미진의 『Subway 지하철 상상』과 쇼트브레드와 함께 했던 영국 유학 시절을 그린 영민의 『쇼트브레드 다이어리』다. 둘 다 대학 시절의 이야기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유어마인드를 나올 때는 이미 독립출판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방학 때 다시 한 번 올 것을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서점에서 종이책을 읽다

독서라고 하면 종이에 인쇄된 활자를 읽으며 책장을 넘기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여러 유형의 책이 등장했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출판계의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체험할 유형은 다름 아닌 종이책이다. 

기자는 보다 다양한 종이책을 접하고자 교보문고 광화문점으로 향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비된 검색용 컴퓨터에 검색했다. 종이 약도를 인쇄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평소 꾸준한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저자가 달리기를 하며 느낀 생각을 담고 있다. 달리기를 축으로 자신이 작가가 된 과정과 문학과 인생에 대한 신념 등도 풀어낸다. 과제와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자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기자는 일주일 동안 전자책, 오디오북, 독립출판물 그리고 종이책을 체험해봤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공간에 상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 작가의 뚜렷한 개성이 담긴 독립출판물, 그리고 가장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종이책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종이책에 익숙한 기자이지만 이번 책 읽기 챌린지가 끝나고도 오디오북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근처 독립 서점도 가볼 예정이다. 전자책, 오디오북, 독립출판물, 종이책 모두 책 읽는 방식은 다르지만 읽고 생각한다는 독서의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을 접해보고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꾸준히 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독서의 효과는 동일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_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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