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오랑캐라는 말은 흔히 야만적인 침략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기에 평소 사용하기 좋은 어감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라는 단어들의 배열에서 뭔가 모를 낭만이 느껴졌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하늘길이 막혀있지만 기자에게 몽골은 가장 가고 싶은 곳이었고 알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여행의 욕구가 차오르던 어느 날 밤, 책장 속 꽂혀있는 이 책을 다시 꺼내 보게 됐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터치 한 번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21세기와는 동떨어져 살아가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저자의 몽골 친구이자 주인공인 ‘비지아’는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유목민의 전통에 따라 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여행기를 다룬 책이지만  몽골 유목민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들려주는 유목민의 삶의 방식을 살펴보면 그것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이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보통 현대사회에서 자연이란 인간의 번영을 위한 도구, 혹은 인간이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자연은 이 세상의 주인공이자 주체이며 인간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잠시 살다가는 존재일 뿐이다. 유목민의 자연관은 언어 표현에도 스며들어 있었다. 우리는 ‘비가 내린다’고 표현한다. 이 문장 속에서 주인공은 인간이다. 그러나 같은 현상에 대해 유목민은 ‘비가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다시 대지로 들어간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꼽으라면 집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에겐 정착된 보금자리가 없다. 넓고도 황량한 초원에서 게르를 짓고 사는 이들에게는 혹여나 자신이 집을 비웠을 때 손님이 찾아올 것에 대비해 음식을 준비해두는 문화가 있다. 담배 하나를 전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하는 가축에게도 인정이 가득하다.

이들은 어쩌다 오랑캐라 불리게 됐을까. 농경에 기반을 두고 정착 생활을 하며 살아온 우리와 자연 속에서 이동하며 살아온 유목민은 삶의 방식과 태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말한 사례 외에도 출생과 결혼, 장례를 비롯해 그들의 기저에 있는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그렇지만 이런 차이를 단순히 오랑캐들의 야만으로 받아들이거나 비문명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책 속의 글이 아닌 직접 그들을 만나 서로의 다름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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