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이 군은 요즘 신발에 푹 빠졌습니다. 침대에 누워 폰으로 신발을 구경하며 사 모으는 게 거의 취미가 됐습니다. 신발장 안에는 각종 운동화와 구두가 가득한데 이 군은 아직도 부족한가 봅니다. 요즘 이 군이 가장 눈여겨보는 신발은 좋아하는 가수 A가 출시한 신발입니다.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인 니케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죠. 공식 판매는 물 건너가고 이 군은 중고 신발 매매 사이트에서 제품을 하염없이 봅니다. ‘하... 나도 한 번 신어보고 싶다. 진짜 멋질 텐데...’ 이미 신발도 많은 이 군이 왜 이리 가수 A의 신발을 원하는 걸까요? 개인의 기호일 수도 있고 혹은 진짜 필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기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파노플리 효과’입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소비를 통해 소속감과 동질감을 얻으려는 심리기제를 일컫습니다. 1980년대부터 사용된 용어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가 정의한 개념입니다. 소비를 할 때 상품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 상품이 주는 심리적인 효과도 고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우리는 특정 재화를 소비할 때 그 재화를 주로 소비하는 집단, 계층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이는 단순히 비싼 사치품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폭넓게 분포해있습니다.

가령 연예인들이 만드는 굿즈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국민MC 유재석이 비, 이효리와 함께 ‘싹쓰리’라는 그룹을 만들어 화제가 된 일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싹쓰리가 내놓은 상품 중엔 복고 컨셉의 카세트테이프와 LP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두 상품 모두 현시대에는 가치가 희미한 재화들입니다. 그들을 작동시킬 수 있는 레코드 판과 카세트가 현재 거의 쓰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싹쓰리의 LP와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했습니다. 설령 그것을 작동 시킬 물건이 없어도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굿즈를 구매함으로써 싹쓰리 그룹의 팬으로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 앨범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앨범이 있어야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앨범을 사지 않아도 모바일 혹은 PC 플랫폼을 통해 노래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앨범은 여전히 잘 팔립니다. 인기 아이돌의 앨범 초동판매가 수십만 장에 이른다는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죠. 이는 팬심을 공략한 결과입니다. 아이돌의 앨범이 수십만 장이나 팔리는 이유는 앨범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앨범을 구매함으로써 그 가수의 팬임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죠. 최근엔 앨범을 사면 ‘팬미팅 응모권’을 증정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파노플리 효과를 강화하는 방식이죠. 즉 싹쓰리의 복고풍 굿즈와 아이돌의 앨범은 파노플리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례인 셈입니다. 노래를 듣기 위한 물건이라는 기존의 가치에서 가수의 팬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는 물건으로  가치가 변한 것이죠.

브랜드 마케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는 것 역시 파노플리 효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하면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에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애플 유저와 삼성 유저 간에 묘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두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확고히 구축한 덕분인 셈입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파노플리 효과를 이용해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같은 서비스라 해도 보다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선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하니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전략을 활용하게 됩니다.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소비가 촉진되는 것도 파노플리 효과의 순기능이죠.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파노플리 효과는 과소비를 부추길 위험이 있습니다.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 본인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무리하게 구매하게 될지도 모르죠. 그러니 무조건 소속감과 이름값만을 추구하기보다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한 층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대훈 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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