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린뉴딜’, ‘탄소배출권’, ‘기후위기’ 등 환경과 관련된 용어들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한다. 생소했던 개념들이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히 다가선다. 환경에 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 온 덕택이다. 환경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있다. 바로 ‘석유’다. 산업 전반을 뒷받침해온 석유가 어느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석유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유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석유의 시대가 저물어갈까.

문명의 원동력 석유

석유란 원유를 정제한 물질로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다양한 화학성분의 혼합물을 통틀어 일컫는다. 석유는 정제 온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LPG, 휘발유와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로 구분되며 각 석유마다 쓰임이 분화돼있다. LPG와 휘발유, 경유는 주로 자동차 연료로 활용되며 등유는 가정용 연료, 중유는 거대 선박과 발전소를 가동하는데 주로 쓰인다. 연료로서의 활용 외에도 합성화학물질로서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류의 석유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59년으로 미국의 에드윈 L.드레이크가 원유를 최초로 굴착한 해다. 이전까지 석유는 다량으로 생산되지 못했다. 소량의 석유만이 쓰였고 등불의 주재료는 고래 기름이었다. 고래 기름 대신 등유가 주로 사용된 것은 드레이크의 시추 이후부터다. 원유에 정제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석유가 이용된 것은 19세기 말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885년 고트리프 다임러가 휘발유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을 발명함으로써 석유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고효율의 연료로써 석탄을 대체하고 2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석유의 쓰임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며 석유의 새로운 이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탄화수소 기반의 석유는 유용한 화학원료로써 다양한 화합물을 만드는 바탕이 됐다. 석유를 통해 만든 합성수지는 플라스틱과 가공산업, 합섬원료는 섬유산업, 그리고 합성고무는 타이어 등의 고무산업에 활용됐다. 그 외에도 페인트, 접착제, 화장품 등 수많은 화학제품에 이용되며 석유는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약 160년 동안 문명 발전의 원동력으로써 생활의 편의를 증진시킨 것이다.

친환경 트렌드, 내연기관 퇴출된다

석유의 발견으로 인간은 높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석유의 과용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렀다. 환경 파괴를 초래한 것이다. 석유와 석유화학물질 사용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져 기후 위기를 심화시켰다. 또한 석유 기반 플라스틱도 문제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500년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약 4억 5천만 톤에 이르는 데 반해 재활용률은 세계 평균 16%에 불과하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환경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석유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앞 다투어 탄소 저감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미국, 우리나라 등 선진반열에 오른 국가들이 ‘2050 탄소 중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2050년에 이르러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유럽의 경우 내연기관차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결의했다.

석유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은 연료 부문이다. 우리가 타는 운송수단은 십중팔구 석유를 연료로 작동한다. 자동차부터 배, 비행기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에 따르면 17년도 기준 석유 총 사용량의 50.2%는 자동차·항공·선박의 연료로 사용됐다. 그만큼 석유의 사용이 운송연료 부문에 편중됐고 운송수단은 석유에 크게 의존한다. 그에 따라 연료로써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운송연료로써 석유의 대안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전기다.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에 따르면  현재 유럽 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3분의 1 수준의 이산화탄소만을 발생시킨다. 해당 값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생산 과정, 자동차 제조 과정, 그리고 전기차를 충전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아울러 고려한 수치다.

또한 전기의 에너지 변환 효율(85%)은 석유(66%)에 비해 높다. 배터리의 발달과 경제성이 뒷받침된다면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혁신을 바탕으로 3년 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싼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와 GM, 벤츠,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는 행보 역시 전기차의 밝은 미래를 그리도록 한다.

석유시대의 끝, 언젠간 온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파동 후 유가는 마이너스를 찍었고 98년 이후 매해 꾸준히 증가했던 석유 사용량은 19년 이후 2년 연속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0년이 미래의 단면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현 시점에서 석유의 미래는 암울할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IEA에 따르면 당분간 석유의 지위는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는 이미 방대한 영역에서 중추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쉽게 대체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석유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IEA는 내다봤다.

하지만 그 이후 석유의 정체기가 찾아오고 아성이 차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덧붙였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시대는 10년 이내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정책 흐름이 석유의 사용을 줄이는 기조로 향하며 셰일가스 등의 대체 자원과 대체 기술들이 치열히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석유의 미래를 현 시점에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석유의 시대가 끝나고 그 이후의 시대를 맞이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대훈 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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