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인플루언서라며 SNS에 올라온 한 여자가 눈을 끌었다. 쌍꺼풀이 없고 양 볼에는 약간의 주근깨가 있는 누가 봐도 아주 매력적인 여자였다. 심지어 모델 ‘아이린’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포즈들도 남달라서 모델 같았다. 누군데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게시물을 쭉 읽어 내리고 마지막 장에 쓰여 있는 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본 인플루언서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X’에서 만들어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를 표방한다. 그인지 그녀인지 그것인지 명칭 또한 모호한 이 존재는 나를 적잖이 당황시킬만 했으나 당황도 잠시,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로지를 바라보게 됐다. 간혹 실제 사람이라기엔 어색한 사진들도 있었으나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에서의 모습은 아주 사람 같았다. 심지어는 “다들 어떻게 지냈어?”라며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말도 걸었다. 그 게시글엔 “공부를 했다” 혹은 “치킨을 먹었다” 등 일상적인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로지의 존재가 낯설지만은 않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이루다’ 때문이다. AI 이루다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채팅까지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학습능력을 악용해 이루다를 향한 일명 ‘성추행’ 논란이 일자 이루다는 뜨거운 이슈가 됐다. AI가 성추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도 논란이었지만 이루다를 개발할 때 커플들의 대화가 쓰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이루다 서비스는 중단됐다. 이루다의 문제는 바로 ‘학습’에 있었다. 또한 그 데이터에도 문제가 있었다.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은 문제이지만 학습 자체를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는가도 토론의 주제다. 

어릴 적 심심이와 함께 대화하던 기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AI 서비스와 가상인플루언서는 한없이 새롭기만 하다. 심심이는 동그랗고 노란, 동물도 기계도 아닌 캐릭터였다. 이루다는 20대 여성의 모습을 한 캐릭터였다. 로지는 온전한 사람 모습이며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있는 듯한 사진도 올린다. 멀지 않은 시대에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 혹은 가상인간과의 교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또 가까운 시대에 그들과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기술력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기술의 힘에 기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기술을 계속해서 점검하면서 그것이 우리의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를 경계해야 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정비돼야 하는 것은 법이다. 새로운 기술에 혼란이 초래되기 전에 명확한 규칙을 정하는 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 후 이러한 기술 활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사람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짚고 싶다. 딥러닝 기술이나 가상인물을 경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사람을모방해 사람인 양 행동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사람은 아니다. 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우린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 서 있는 우린 출발선을 가꿔야 한다. 


김우진 사회부장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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