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기(도사 G20)

2020년 겨울,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췄던 시간에서 하나의 사건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우리는 ‘○○마트 안내견 거부사건’으로 불렀다. ‘입구에서 출입 승인을 받았는데, 다짜고짜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려오면 어떻게 하냐며 소리를 내질렀다’는 글은 삽시간에 여러 언론매체에 보도되며, 다시 한번 ‘안내견’에 대한 이슈를 불러왔다. 안내견은 법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도 안 되며, 안내견을 거부할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년에 평균 3~4건 안내견 거부 신고(관할구청에 민원)가 접수되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대형마트 안내견 거부사건은 이전과는 달랐다.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안내견에 무관심했는지 각성하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해당 마트에 항의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다음 날, 해당 마트는 긴급히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형식적인 사과문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하여 불매운동까지도 이어졌다. 해당 구청은 안내견 출입 거부에 대해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경쟁업체는 매장 입구에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해당 마트도 새로운 사과문을 게재하고, 전국 지점 곳곳에 안내견은 마트, 식품매장에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판을 붙였다. 

국내 최초로 안내견이 활동한 것은 1972년이었다. 이후 1994년부터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안내견 양성 및 활동이 이뤄졌으며, 현재 70여 마리 안내견이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반세기 동안 함께 어울려온 안내견임에도 이들이 ‘강아지’라는 이유로, 수많은 거절을 겪어왔을 것이다. 이번 안내견 거부사건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렇게 뜨겁게 타오르던 이슈가 1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다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회귀하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 안내견을 거부한 해당 마트에만 분노하기보다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에서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음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뜨겁게 타오른 이슈가 금세 꺼져버린 모습을 자주 경험했기에 이러한 걱정이 들었다. 

2018년 서울시립대 인권센터가 설립되었다. 2019년 1학기 기준, 37명 장애 학생 중 단 2명(5%)만이 장애학생지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학교에서는 건의 사항이나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안내견 거부사건이 해당 마트와 주변 마트까지의 변화를 이뤄온 점을 본다면, 우리 역시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불편을 겪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 대신 목소리를 내줌으로써 하나씩 바꿔 가는 것이다. 작은 변화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기 위해서는 틈틈이 땔감을 넣어야 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한 뒤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는 것보다 작게나마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따뜻한 불씨가 계속 타오를 수 있는 땔감이 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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