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 며칠 전에 들은 이야기 같은가.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시대 점토판에 쓰여졌다고 알려진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성세대가 신세대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말은 그리스의 고전인 『일리아스』, 『조선왕조실록』 등 옛 기록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있다. 그로부터 수천, 수백 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다양한 이슈에 관해 이야기할 때 세대를 가지고 설명하려고 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체 세대란 무엇이며 이런 세대를 이야기하는 세대론이란 무엇일까. 세대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세대,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

단어의 구성으로 살펴보자면 세대는 사람의 한평생을 뜻하는 세(世)와 대신해 잇는다는 뜻인 대(代)의 합성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세대는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이 되고 자식을 낳는 주기를 의미하며 ‘3대가 함께 산다’라는 표현처럼 가계를 이야기할 때 사용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야기할 세대개념은 앞서 언급한 세대의 용법과는 조금 다르다. 독일 사회학자인 카를 만하임은 세대개념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동질성을 코호트(cohor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코호트라는 단어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를 일컬을 때 사용돼 익숙할 것이다. 이때 코호트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 구역의 의료진과 환자를 한 개의 집단으로서 격리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만하임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년배 집단은 생애주기를 함께하며 유사한 정치·사회적 경험을 하고 동질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만하임의 세대개념은 청소년이 집단으로서 공동의 ‘경험기’를 겪으면서 이런 경험이 각 개인의 정신구조에서 가장 밑에 위치하는 ‘경험의 퇴적층’으로 자리 잡게 되고 이것이 그들의 인지, 사고, 판단, 행동을 선택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X, Y, Z세대부터 코로나 세대까지 세대에 대한 다양한 호명

자세한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도 ‘○○세대’라는 표현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에 관해 다양한 호명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세대 구분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출생 시기에 따른 세대 구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현재 우리 사회의 고령층인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은 일제 강점기 세대와 광복~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난 한국전쟁 세대가 있다. 전쟁 이후인 1955~1965년 출생한 1차 베이비붐세대, 1965~1974년에 출생한 2차 베이비붐세대가 뒤따른다. 1차 베이비붐은 전쟁 이후 자녀를 많이 낳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시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베이비붐세대가 등장했다. 반면 2차 베이비붐은 경제 고도성장 중 출산율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났다. 그 이후로는 1975년~1984년 경제 호황기에 태어나 대중문화를 이끈 X세대, 1985년~1996년에 태어나 2000년 이후 성인이 돼 밀레니얼 세대라고도 불리는 Y세대, X세대의 자녀로 1997년~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로 나뉜다.

출생 시기에 따른 구분뿐만 아니라 세대에 대한 호명은 그 세대가 갖는 정치, 경제, 문화적 특징을 반영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들어봤음직한 386세대는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라는 의미로 전두환 대통령 시기에 대학을 다니며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2000년대 초반 이후 정치권에 중요한 세대로 등장했다. 그 시기 30대였던 그들은 386세대로 호명됐고 최근에는 586세대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 외에도 ‘Net 세대’의 줄임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N세대,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을 가지고 사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다(paradigm-shifter)는 P세대, 2008년 FTA에 반대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10대와 20대를 일컫는 촛불세대, 20대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88만원에서 비롯된 88만원세대, 젊은 청년들이 취업, 결혼, 출산 등 n가지를 포기했다는 의미를 담은 N포세대처럼 다양한 호칭과 신조어를 담은 세대들이 나타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담론과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겪는 청년들을 코로나세대라고 칭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의 소비 행태나 가치관에 따라 이름을 붙인 여러 세대 명칭들이 언론이나 마케팅 같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 1999년도 우리대학 학우들의 모습. X세대인 이들은 그 당시 신세대였지만 지금은 우리사회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기성세대가 됐다.
▲ 1999년도 우리대학 학우들의 모습. X세대인 이들은 그 당시 신세대였지만 지금은 우리사회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기성세대가 됐다.

세대의 호명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가

세대론은 우리 사회의 단면과 특정 연령층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몇 글자의 단어로 그 세대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 세대론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세대론이 특정 세대 속 개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그들의 특징을 일반화시키며 ‘프레임’을 씌운다고 비판이 존재한다. 사실 오늘날 세대 이론의 초석이 되는 카를 만하임은 각 연령 코호트에는 다수의 세대적 단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단위들 자체로는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세대론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해 한 세대를 재단해버리기도 한다. 

일례로 현재 2~30대 청년들에게 씌워진 세대 프레임 중 하나인 ‘88만원세대’라는 단어에 의해 청년 스스로 무기력해지며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자조적 발언이 증가하는 현 세태를 들 수 있다. 또한 청년들이 결혼, 출산을 ‘포기’해버렸다고 말하는 ‘N포세대’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사회구조를 꼬집으면서도 비혼, 비출산처럼 자발적으로 ‘선택’한 청년들의 결정까지는 아우르지 못한다. 이처럼 세대론은 세대 프레임에 의해 특정 세대의 자발적인 의사표출이 내·외적으로 저지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대 프레임’으로 이용되는 세대론

세대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세대갈등에 불을 지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레임은 누가 우리에게 씌운 것일까. 세대 사회학을 연구해 온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세대 게임』에 따르면 세대문제는 하나의 게임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당사자와 그 게임을 설계하는 ‘세대 플레이어’가 있는데 이 세대 플레이어가 바로 게임에 참여하는 당사자인 우리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게임 참여자는 승패에 관심이 있지만 설계자인 플레이어는 게임의 진행으로 인해 자신에게 할당되는 정치적 이익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온갖 사회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바꿔버림으로써 자본이나 기업, 정치권력 같은 다른 원인에 주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세대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되면 문제의 해결책은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고 그 세대에게 벌을 가하거나 그들로 인해 손해를 입은 다른 세대에게 보상하는 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세대 프레임일까. 전 교수는 세대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정체성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때 강력한 정체성으로 작동했던 민족이 가지는 효력이 약해지면서 세대가 그 공백을 메웠다는 것이다. 또한 세대는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렵기에 그 모호함은 기득권층의 이익 범주에 따라 여론을 선동하기 알맞은 도구라고 본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세대 프레임이 이용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시장에서는 취업 문제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기성세대와 그 자리를 위협하는 청년세대로 비춰지기도 하고 탄핵정국 당시에는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의 대립이 실제 대립 정도보다 비정상적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386세대에게도 Z세대인 시절이 있었다

모든 사람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는다. 누구나 늙어가고 생애 시기를 보내며 한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해간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한 수메르인들은 모두 역사 속의 인물이 됐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를 버릇없다고 보는 지금의 기성세대도 한때는 누군가의 철부지였으며 기성세대를 ‘꼰대’라 치부하는 젊은 세대도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의 꼰대가 될 수 있다. 물론 세대 간의 차이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의 새로움, 기성세대의 경험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세대 간의 의미 없는 싸움을 줄여나갈 수 있길 바란다.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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