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가 도시재생사업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가 서울시 주도의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데에 이어 지난 2019년 홍릉(청량리·회기동) 일대가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쇠퇴하는 도시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의 일환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우리나라에서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다.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며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 동대문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관련 사업 일부(지도 이미지: 네이버)
▲ 동대문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관련 사업 일부(지도 이미지: 네이버)

도시재생사업 대상지 선정된 동대문구,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청량리 일대 11개 전통시장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번 사업으로 청량리 종합시장은 전국 최대 상업·문화의 장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를 위해 △상인 및 시장 재생 △미래 고객 유치 △현재 고객 배려를 목표로 한 핵심 사업 12개와 부처 협업·지자체 사업 부문의 협력 사업 9개가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시장이 KTX, GTX, 1호선 등 전국을 연결하는 광역 교통망과 연계된다면 테마형 상업·관광특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실리고 있다.

지난 2019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홍릉 일대는 앞으로 바이오·의료 산업의 거점으로 변모한다. 사업 추진은 홍릉 일대에 있는 연구시설, 대학, 병원 등 풍부한 연구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도시재생의 과제로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인프라 구축 △R&D 맞춤형 다양한 생활환경 조성 △역사 자연 및 지역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 창출이 설정됐으며 이에 적합한 단위사업 18개가 구성됐다. 이를 통해 약 47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약 37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91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보고 있다.
 

▲ 지난 2019년 서대문구 천연충현동의 ‘나우리 축제’ 현장.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여기 있는 동네사람’ 공연이 한창이다. (자료: 천연충현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 지난 2019년 서대문구 천연충현동의 ‘나우리 축제’ 현장.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여기 있는 동네사람’ 공연이 한창이다. (자료: 천연충현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지역 주민과 상인의 참여 속에 되살아나는 도시

물리적 개발 중심의 도시개발과 달리 도시재생은 경제·사회·문화적인 면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도시개발이 기존에 있던 건물을 전면 철거해 새로운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 도시재생은 옛길, 생활상 등 도시에 형성돼 있는 맥락과 장소성을 활용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도시재생에서는 무엇보다 주민의 역할이 강조된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의 역할과 지원이 중요시되는 기존 행정 정책과는 사뭇 다르게 이뤄진다. 지역 주민과 상인을 비롯한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계획수립과 사업이행을 주도하면 국가는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서대문구 천연·충현 도시재생 마을 축제인 ‘나우리 축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의 주도 하에 주민들이 동원되는 방식으로 개최되는 마을 축제와는 달리 나우리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주도해 만들어 갔다. 주민들이 축제의 명칭을 직접 지은 것은 물론 축제의 방향과 세부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직접 정했다. 프로그램 전반에 주민들의 손이 닿으면서 축제 곳곳에는 지역만의 오랜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기게 됐다. 특히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여기 있는 동네사람’ 공연이다.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한 배우들이 전달한 주민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성공적인 축제 개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우리 축제는 국토부가 주최한 ‘2020년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우수 사례 발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청량리 종합시장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과정에서 상인들이 아이디어를 낸 행사들이 진행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지난 2018년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에는 ‘붐업 사업’이 시행됐다. 붐업 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기 전 상인 참여를 유도하고 사업추진 역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붐업 사업 중 하나인 어린이 전통시장 체험 프로그램 ‘엄마 아빠 새콤달콤 과일과 놀아요!’는 청과물 시장 상인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행사다. 프로그램 기획 배경에 대해 성민규 청량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청과물 시장 상인들이 먼저 어린이 대상으로 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어린이들이 전통시장을 복잡하고 어렵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올 때 좋은 기억으로 왔으면 하는 게 상인들의 취지”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9월에 있었던 ‘더덕·도라지의 날’ 행사도 상인들의 의견에서 시작된 것이다. 더덕·도라지의 날은 더덕과 도라지를 전문적으로 파는 골목인 경동시장의 더덕 도라지 골목에도 사람들이 들어오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인들의 요구가 반영돼 추진됐다. 이날 행사에는 더덕과 도라지 알아보기, 무침 만들기, 껍질 빨리 까기 대회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지난 2018년 경동시장에서 진행된 ‘더덕도라지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더덕과 도리지를 시식해보고 있다. (자료: 청량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 지난 2018년 경동시장에서 진행된 ‘더덕도라지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더덕과 도리지를 시식해보고 있다. (자료: 청량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8년차 접어든 도시재생사업, 아직 미흡한 부분 있어

도시재생사업이 우리나라에 본격 추진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올해로 벌써 8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시재생의 지속성이다.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유석연 교수는 “공공이 비용이나 인력을 제공하더라도 결국 경쟁력은 민간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공공이 지원할 때만 잠시 도시가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도시재생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천히 재생』 저자인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 역시 저서에서 “외부의 권유와 도움을 받아 시작해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도시재생은 실패 확률이 매우 크다”고 말하면서 “사업 종료 이후에도 주민들이 자력으로 도시재생을 지속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자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의 자생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기간이 4~5년으로 짧기 때문이다. 이 기간 내에 사업 대상지 분석, 사업 계획 수립, 사업 추진이 이뤄진다. 도시가 스스로 살아남을 힘을 키우기엔 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아쉬운 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자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아직 미흡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상층 이상의 계층이 특정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지역 갱신 효과, 지방 정부의 세수입과 재정 증대, 사회적 혼합의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임대료가 높아져 원주민이 쫓겨나게 된다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기가 성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사업 추진으로 활기를 되찾은 마을에 지역 주민들이 떠나게 되면 그동안 주민들이 형성해왔던 생활상이나 이웃문화는 사라진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계약을 맺은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상생협약을 활성화하고 공공 소유의 건물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상생협력상가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책이 미흡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상생협약이 법적 구속력 없이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고 상생협력상가 확대 방안 역시 공공 소유의 건물이 부족해 추가확보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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