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국경이 없다. 대기와 물의 순환은 국가 단위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 지구가 하나의 총체로 움직인다. 국가가 그려놓은 국경은 자연의 거대한 흐름 앞에선 무의미하다. 오염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에서 오염이 발생할 경우 물과 대기의 흐름에 따라 그 영향이 지구 정반대 편까지 전달될 수 있다. 이를 ‘월경성 오염’이라 일컫는다. 국경을 초월한 오염이란 뜻이다.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기후위기 등이 모두 월경성 오염에 해당한다. 이들은 넓은 범위에 걸쳐 일어나 우리를 더욱 골치 아프게 만들곤 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불쾌한 손님, 미세먼지

맑은 공기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맑은 공기를 마시기가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걸핏하면 최악으로 치닫는 미세먼지 탓이다. 미세먼지는 공업 활동을 비롯해 대기 부산물을 만드는 모든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대표적인 월경성 오염이다. 기단의 영향 아래에서 한 국가의 미세먼지가 다른 국가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의 영향은 인체 여러 부위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세먼지의 조성은 질산염을 비롯한 염 종류, 유기물질, 중금속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먼저 호흡기에 상기도 염증을 유발하거나 폐포 깊숙이 침투해 각종 질환을 야기한다. 심할 경우 폐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호흡기계를 거쳐 혈관에 투입될 시 혈액을 통해 인체 각 기관에 미세먼지가 침투한다. 이때 미세먼지는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데 다양한 방편이 고려된다. 우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집진기술이 있다. 집진은 대기나 기체에서 먼지 등 불순물을 수집함으로써 대기질을 정화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여과 집진, 전기 집진, 세정식 집진 등이 있다. 공장 등에서 함진가스나 매연을 배출할 때 기구를 배출구에 장착해 먼지와 불순물을 거르는 기술이다. 그 외에도 석탄화력발전 저감, 경유차 저감과 전기차 보급의 확대 등 정치·경제적 방안이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내적인 조치로는 국가 내 미세먼지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대국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국가 대 국가로 문제에 접근하기보다 국제무대를 통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대학 환경공학부 동종인 교수는 “1960년대 스웨덴을 위시한 북유럽 국가들과 영국 독일 등 산업국가 간에 발생한 갈등을 벤치마크로 삼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유럽에선 산업국가에서 발생한 산성 대기오염 물질이 북유럽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북유럽은 범국가적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CLRTAP(월경성 장거리 오염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유럽 지역 여러 국가가 함께 오염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강대국인 영국과 독일을 상대로 범국가적 조약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선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세먼지 영향도를 면밀히 조사해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세계적 위협으로 떠오른 미세플라스틱

대기에 미세먼지가 있다면 바다엔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길이나 지름이 5mm 이하인 플라스틱을 이른다. 미세플라스틱은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세안제와 화장품에 포함된 마이크로 비즈처럼 애초부터 5mm 이하로 제조된 것이고 2차 미세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는 경우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생산과 판매에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규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2차 미세플라스틱은 따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파악된 플라스틱 생산량은 총 83억 톤에 이른다. 현재 새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약 4억 톤이다. 이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고 12% 소각되며 79%는 매립되거나 자연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으로 유출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해양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분해가 이뤄지고 커다란 플라스틱도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해양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에서 물고기를 거쳐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도 한다. 체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우리대학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비스페놀 A 등의 환경호르몬이 침출되기도 한다”며 “플라스틱에 의한 인체 유해성은 환경호르몬에 의한 영향과 유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에 의한 영향은 불임과 갑상샘 질환,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 신경계 질환 등의 영향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거나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늘리는 방안이 활용된다. 기술적으로는 폐플라스틱을 통해 가방, 신발, 옷 등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폐플라스틱을 제품 제작에 재활용하는 것을 업과 리사이클을 합쳐 ‘업사이클’이라 부른다. 또한 폐플라스틱으로 연료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업사이클 에너지’라 불린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을 초고온으로 가열해 전기·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과다하기에 기술과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관해 최 교수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가 덜 쓰는 것”이라며 “편의를 위해 사용해왔지만 위해성이 알려진 만큼 시민 단위에서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가 부른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한 환경 문제다.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는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란 지구의 평균기온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실효과에 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온실효과란 지구 내 대기 중 온실가스가 온실의 유리처럼 작용해 지구표면의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현상이다. 온실가스 자체를 나쁘게 규정할 수는 없다. 온실가스는 생명이 살기 적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과도한 경우다. 대기 내 온실가스 비중이 높아지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상승한 기온은 동시다발적인 부작용을 낳아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해수면 상승 △홍수 및 해일, 폭풍 △생태계 교란 △터전 상실과 문화의 파괴 등이 있다. 이 역시 예측일 따름이며 실제 온난화가 가중될수록 변동성은 높아지고 피해의 규모와 종류 역시 거대하고 다양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과학자들이 위험 수준으로 제시한 기온 상승치는 1880년을 기준으로 해 1.5도의 상승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기준 시점에 비해 1.5도 이상 오른다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1880년부터 현재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1도 상승했다. 1도 상승은 낮은 수치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1도의 상승으로 인해 다량의 육지 빙하가 녹아 사라졌고 해수면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또한 미국 뉴욕타임스가 발간한 기후 문답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간 온실가스의 증가는 산업화 이전 수천 년간의 증가치에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가파른 증가 속도 자체만으로도 위기 의식을 갖기 충분한 셈이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불화탄소 등이 해당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탄소’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 대기 중 탄소의 농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 파리 협약과 같은 국제 협의가 이뤄져 왔다. 파리협약은 2016년에 체결됐으며 세계 탄소 배출의 87%를 차지하는 200여 개 국가가 협정을 이행 중이다. 각 국가는 목표연도까지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까지 감축하도록 협정에 응했다. 우리나라는 협정일 기준으로 오는 2030년까지 37%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이며 2050년까지 ‘탄소 제로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국제 협약과 각국의 노력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가 된다. 

‘침묵의 지구’를 막기 위해

과거 유해한 살충제와 제초제가 남용되던 시기에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출간하며 무분별한 화학약품 사용으로 인해 전 세계 생태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의 책은 편리한 과학기술 발전의 파괴적인 이면을 드러내고 생태계의 전 지구적 연결을 알렸다. 다행히 그녀가 경고했던 침묵의 봄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경고 없이 계속 유해한 화학약품을 남용해왔다면 실제 침묵의 봄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자연에는 국경이 없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폭풍이 되듯이 한 장소의 오염이 애먼 곳에서 파괴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레이첼 카슨이 언급한 것처럼 끊임없이 위험을 인지시키고 또 인지해야만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면 최악의 미래를 피할 수 없다.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고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선 전 지구적인 협동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침묵의 지구’가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대훈 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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