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판단 이전에 현장 속으로

김형남씨는 2003년에 ‘전쟁과 사람’이라는 작품을 연출했고, 올해에는 여성민우회에서 기획한 ‘유기농 볍씨 키우기 어린이 캠페인’을 연출하는 등 활발한 영상제작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렸던 ‘2004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김씨의 ‘짬’이라는 작품이 상영됐다. 짬은 지난 12일 ‘EBS 열린 다큐멘터리’에서도 방영됐고, 얼마 전 우리대학에서 열렸던 ‘도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짬’은 ‘짬밥’이라는 은어를 가리킨다. 이 작품은 남자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대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김씨는 “군대에서 사용했던 말투와 행동들을 사회에서까지 그대로 사용하며 살아가는 예비역들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바라보았다”며 “그들의 행동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알아보고 싶었기에,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즐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큐 제작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가졌다. 그런데 대화가 거의 술집에서 이뤄져 제작비보다 술값이 더 많이 든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김씨는 또한 남성을 통해 바라보는 사회를 풍자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남성이야기를 앞으로 써보고 싶다고 한다.

2002년에 다큐 제작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작품의 주제를 감성적이게 다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변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소재 다루는 것에서부터 작업과정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입장, 생각 등이 바뀐다”며 “가치판단을 떠나서 그러한 변화 하나하나가 다큐의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작품 ‘송환’의 감독 김동원씨는 빈민에 관한 다큐를 찍기 위해 자신이 직접 빈민의 길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엘리트이지만 빈민이 된 감독의 모습에서 다큐에 대한 열정과 열악한 구조 속에서도 작품 창작을 위한 자세를 느낄 수 있다.

김씨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다큐 제작하는 것이 쉽지않다. 하지만 주변의 끊임없는 격려와 김동원씨를 비롯한 훌륭한 선배들이 많아 그리 외롭지 만은 않다”라며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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