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나만 고양이 없어!”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사람들의 한탄 섞인 유행어로 과거에 비해 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길고양이에 대한 상반된 인식은 존재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로 길고양이의 생존권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달 9일에는 ‘한국동물보호연합’ 외 45개 단체가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길고양이 안전 이주와 생존권 보장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가 전국에 약 83만 가구를 향후 5년 안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매년 많은 곳에서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해당 지역의 길고양이 안전 이주 대책 마련과 생존권 보장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하며 길고양이 생존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길고양이 유해동물인가 소중한 생명인가

각 건물의 마스코트가 된 건공이, 인문이를 비롯해 우리대학 캠퍼스에서도 많은 길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건물 앞에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과 사료들이 마련돼 있는 것 또한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내의 길고양이들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늘어나는 길고양이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길고양이에 관한 두 가지 시선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캣맘, 캣대디’는 부모님처럼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캣맘, 캣대디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길고양이의 생존권에 대한 의견 갈등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일부 주민들은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문제와 쓰레기봉투를 찢거나 아무 곳에나 배설하는 길고양이들의 공중위생 문제를 들며 길고양이를 유해 생물로 생각하고 잡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길고양이들에게 일정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행위가 오히려 개체 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급식소에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가 방문할 경우 바로 알아볼 수 있으며 길고양이가 캣맘, 캣대디들에게는 거부감이 적어 포획이 쉽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길고양이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인접 지역의 고양이들이 들어와 번식하기에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막는 방법은 중성화뿐이라고 공지했다. 또한 서울시는 30분 안에 먹을 수 있는 양만 주기,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는지 점검하기, 지정 급식소에서 일정한 시간에만 먹이 주기 등 급여 지침을 교육하고 있다.

▲ 우리대학 배봉관 앞에 동대문구 길고양이 급식소가 놓여있다.
▲ 우리대학 배봉관 앞에 동대문구 길고양이 급식소가 놓여있다.

다양한 공존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 동대문구

길고양이는 일 년에 2~3번 번식을 하고 한 번에 3~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2019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 현황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내의 길고양이 수는 지난 2019년 약 11만 6천 마리였다. 서울시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고양이를 포획한 후 중성화 수술을 하고 이후 포획 장소에 방사하는 순으로 진행되며 고양이의 왼쪽 귀 끝을 잘라 중성화 여부를 구분한다. 지난해 사업 실적은 9월 말 기준 8370마리였으며 올해 사업 목표는 1만 1420마리를 중성화 수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대문구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동대문구에서는 캣맘의 수가 늘면서 사료 찌꺼기, 길고양이 분변 증가 등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다. 또한 동대문구 캣맘 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요구하고 있었다. 동대문구는 이러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길고양이 ‘겨울집’ 설치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길고양이 ‘겨울집’ 설치 사업은 길고양이의 동사를 막고 생명 존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 5개소, 지난해 20개소의 ‘겨울집’을 설치해 길고양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했다. 해당 ‘겨울집’들은 겨울이 지난 후 구에서 자체 수거했다. 

또한 2019년부터 총 39개소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여러 곳에 흩어져있던 먹이 지급 장소를 일정 지역으로 통합해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해당 사업은 구민이 운영하고 시민단체가 모니터링하는 구민주도 사업으로 급식소를 이용하는 길고양이들을 중성화해 개체 수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동대문구청 경제진흥과 담당자는 “해당 사업들 이후 고양이 개체 수가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며 “그러나 주민들과의 갈등과 민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길고양이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하나 더 있다. ‘동대문구길고양이보호협회 길고양이 사랑(이하 동길사)’은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동물문화를 동대문구에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동길사는 동대문구와는 우호적인 협력 관계로 우리 동네 동물들 특히 길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자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2020 동대문구청 길고양이 ‘겨울집’ 제작 △길고양이 구조 및 치료 △길고양이 분변 청소 △동대문구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교실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친다. 

또한 재개발이 자주 이뤄지는 지역의 길고양이 구조활동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동길사가 진행하는 ‘재개발지역 옆 동물공감 마을: 이문1블럭’ 사업이 2021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돼 1천 1백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동길사의 이러한 노력은 동대문구와 구민들의 길고양이를 향한 인식을 바꿨다. 동길사는 지난 2017년 ‘동대문구 동물복지 시민기획단’에서 동물복지를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는 의제를 냈고 지난해 동대문구에 동물 보호팀이 생겼다. 

동길사와 구민들 간 갈등은 없었을까. 동길사 대표 김명순씨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본다”며 “그렇게 시작한 것이 길분변 청소다. 동길사는 길고양이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단호하게 대처한다”고 말했다. 구민들에게 “동길사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협력해 시민들과 함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원하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동길사 길고양이 급식소를 누군가 무단으로 들고 간 적 있었다. 다른 존재의 상황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자신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자신만 생각하기보다는  처지가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살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동길사에서 ‘동대문구 길고양이 TNR 교실’을 주최하고 있다.(제공: 동길사)
▲ 동길사에서 ‘동대문구 길고양이 TNR 교실’을 주최하고 있다.(제공: 동길사)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전국적인 노력

동대문구 이외에도 다양한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관련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 2013년 처음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했고 현재 설치된 급식소는 60여 개가 넘는다. 강동구가 급식소를 운영하고 1년 뒤인 2014년 비교한 중성화 수술 시행 건수는 월평균 약 2.4배가 늘어났다. 이에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70%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관악구에서는 ‘2019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중 하나로 길고양이 급식소와 화장실 주변 정리 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만 65세 이상의 기초연금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3시간 주 2~3회 이뤄지고 있다. 길고양이 관리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지자체 차원에서의 길고양이에 대한 지원은 나날이 늘고 있다. 법률 차원에서는 어떨까. 『동물보호법』 제2조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해 정의하고 있으며 제8조에서는 동물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제4조에 의하면 국가는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 복지에 관한 기본방침 등을 포함한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지자체는 국가의 계획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길고양이에 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를 위해 주민 상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누군가에겐 귀찮고 비위생적인 존재, 누군가에겐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시는 “길고양이는 도심생태계의 일원이며 시민들은 공존을 위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아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길고양이를 잡아들이는 것은 일시적인 개체 수 감소 효과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결국 길고양이들과의 공존만이 답이라면 상호존중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이은정 기자 bbongbbong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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