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지 사회부 정기자 
신현지 사회부 정기자 

이번 호를 준비하며 기자에게 ‘번아웃’ 증상이 나타났다. 주로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는 번아웃을 시험 기간도 아닌 학기 초에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래도 앉아서 강의를 듣고 글을 쓰는 생활이 반복된 게 큰 탈이었나보다. 오늘 쉬면 내일은 더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지냈더니 결국 뇌에서 쉬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까지는 완벽을 추구하는 기자의 성향 탓도 있다. 자칭 완벽주의인 기자에게는 한 번 하기로 한 일이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채찍질하면서 극한으로까지 내몰고 만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었다면 아마 자칭 완벽주의가 아니었을 것이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기자에게 번아웃 증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도 있다. 계속되는 무기력증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신체적인 증상도 나타나자 모든 걸 내려놓고 휴식을 갖기로 했다. 몇 개월간 방치해뒀던 머리를 자르고 근처 쇼핑센터에서 옷과 신발을 구경했다. 방 안에만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소소한 장면들이 유난히 예뻐 보였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름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는 미뤄뒀던 일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을 풀었던 건 단순함이었다. 내가 맡은 역할과 주어진 업무를 다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속에서 벗어나 10분이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할 일을 하자는 단순하고 명료한 해법으로 조금씩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생각해보니 완벽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해보는 것이었다.   

학기 초부터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이번 학기도 5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계속될 학업과 기자 생활이 두렵기도 하지만 조금씩 주어진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신현지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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