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는 공론장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장소나 환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공론장이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학교에서 대면 활동을 이어나가기가 힘들어졌다. 사람들이 모여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내에 거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 됐다. 이렇다 할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애플리케이션이 좋든 싫든 찾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타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론장이 아니라 극단으로 달리는 의견들이 서로를 헐뜯는 ‘혐오의 장’으로 전락했다. 에타에서는 목소리가 큰 ‘주류’처럼 보이는 의견들이 정답이다. 그 외의 의견들은 철저히 무시되거나 조롱, 비난의 대상이 된다. 에타에서 이뤄지는 혐오의 대상은 주로 여성이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다. 여대에서는 그 대상이 남성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철저한 익명 아래 이뤄지는 무분별한 혐오표현은 필터링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닿아 불쾌감을 주거나 극단적으로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기도 한다. 

혐오성이 짙은 글이 많다고 해서 에타의 모든 게시글이 불쾌감을 주는 내용인 것은 아니다. 감동적인 글이나 학우들 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자 작성한 글도 있다. 그렇지만 자정작용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만으로는 에타를 바꿀 수 없다. 이용자들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리자 없이 사용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있는 에타 본사도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운영사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최소한의 제재나 사후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도 에타가 학내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에타는 함께 캠퍼스를 공유하는 한 대학의 구성원들끼리 이용하는 커뮤니티다.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대학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에타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낀 이들은 ‘망가진 공론장’을 찾지 않게 됐다. 학생들이 의견을 나눌 마땅한 장소가 없는 와중에 가장 큰 커뮤니티마저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건강한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곳이 망가졌다고 해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임시방편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망가진 공론장에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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