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위치를 잘 모르는 장소에 가야 할 때면 출발하기 전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검색창에 지도를 친 후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지도의 ‘길찾기’ 기능을 이용하면 지도 위에 경로가 표시되는 것은 물론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핸드폰을 꺼내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현재 내 위치가 지도 위에 표시돼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이가 아닌 전자로 그 형태가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지도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이용되는 편리한 도구입니다.

지도는 인류가 출현했을 때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문자가 생겨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돌이나 조개 따위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그림을 그려놓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원전 1300년경에 만들어진 수단 북동부 누비아 지방의 금광지도가 세계 최초의 지도입니다. 그러나 이 지도의 실물은 남아 있지 않으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도는 기원전 7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지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 때 지도 제작 방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그 후 1436년 정척과 양성지에 의해 최초의 실측 지도인 ‘동국지도’가 완성됐고 이는 1757년경 정상기에 의해 더 정밀하게 보완됐습니다. 동국지도는 이후 김정호의 역작으로 꼽히는 ‘대동여지도’ 제작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도에는 사람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드러납니다. 지구가 구형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이전인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에서 제작된 지도는 바다와 대륙의 모습을 원반 위에 그려내고 있습니다. 1402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중국을 지도 가운데에 가장 크게 표시하고 그 옆에 우리나라를 두 번째로 크게 표시했습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이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으며 그다음으로 강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에 사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세계지도의 위아래를 뒤집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출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출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둥근 지구를 펼쳐 평면 위에 표시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 이용되는 다양한 수학적 방법을 도법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지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도법은 메르카토르 도법입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북극과 남극으로 갈수록 좁아지고 결국 한 점에서 만나는 지구의 세로선, 즉 경선을 평행선으로 수정합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선 사이의 간격이 늘어나는데 비율을 맞추기 위해 좌우가 늘어난 만큼 위아래도 같은 비율로 늘리게 됩니다. 그 결과 고위도로 갈수록 지도상의 거리가 실제 거리보다 길어지고 왜곡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14분의 1 크기에 불과한 그린란드가 메르카토르 도법을 이용한 지도에서는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그려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류가 존재하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보완을 위해 다른 도법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피터스 도법은 대륙 면적의 왜곡을 최소화하려고 양 극점으로 갈수록 좌우가 늘어나는 만큼 위아래를 축소해서 그립니다. 그 결과 땅 면적의 비율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대신 땅의 모양이 왜곡됩니다. 아예 양 극점에서 모이는 경선을 평행선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평면에 펼치는 도법도 나타났습니다. 이를 구드 도법이라고 하는데 해양 부분이 끊겨 있어 연속적 표현은 불가능합니다. 이 외에 전체 왜곡 총량을 최소화한 절충안인 로빈슨 도법과 밀러 도법도 있습니다.

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몇 가지 구성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축척입니다. 축척은 지도상 거리 대 실제 거리의 비율입니다. 지도상 1cm가 5km를 나타낸다면 5km는 500,000cm이므로 축척은 1:500,000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때 지도에 표시할 실제 면적이 넓어질수록 축척은 작아지게 됩니다.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방위는 지도를 보는 방향을 의미하며 등고선은 높이가 같은 지점을 선으로 이어 놓은 곡선으로 산의 높낮이와 경사를 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호는 지도 제작 시 같은 대상에 대한 같은 표현이 필요해 약속으로 정한 그림입니다.

오늘날 지도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생 초기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지도 위에 표시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카페나 맛집 지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도의 디지털화와 GPS 기반의 기술 발전은 지도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켰습니다. 앞으로 우리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오게 될 지도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네요.


김유경 기자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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