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로버트 맬서스는 자신의 저서인 『인구론』에서 인구과잉으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생활에 필요한 자원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자원이 인구를 뒷받침할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서 소수만 낳거나 없어도 된다는 인식으로의 변화와 피임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제 인구 증가 추이가 맬서스의 예측보다 가파르지 않았다. 반대로 식량과 같은 필수자원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맬서스의 예측보다 훨씬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두 가지 이유로 맬서스의 경고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맬서스의 사유는 여전한 가치를 지닌다. 인구를 사회적인 화두로 던지고 자원의 유한성을 기반으로 적정인구의 개념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인구론』 이후 인구는 사람의 수를 지칭하는 명사에서 사회 내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됐다.

 

인구의 경제학

인구와 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급 측면에선 생산요소로서 필수 불가결한 인적자원과 관계돼있다. 노동인구가 많을수록 인적자원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사람이 많다면 기업과 공장에서 근로자를 구하기 쉬워질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한 국가의 인구는 곧 내수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의미한다. 인구가 많을수록 수요는 자연히 늘고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도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국가 발전 역시 인구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시기엔 많은 인구수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인력이 곧 제조업 발전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수의 인적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데는 베이비붐 세대의 풍부한 인력이 뒷받침됐다. 인해전술이 최고의 무기였던 셈이다. 다만 많은 인구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을수록 자원의 분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인구는 곧 자원 분배의 비효율 및 사회 불균형과 이어지는 것이다.

적정인구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 인구는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일부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세계 70% 국가들은 오히려 다자녀가 문제시되고 있다”며 “인구수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화 속도와 연령 구조”라고 밝혔다. 인구에 따라 적합한 사회 시스템을 갖기 마련인데 변화 속도가 가파를 경우 시스템이 상황에 맞춰 재구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노령층이 많이 분포한 국가일수록 사회경제적인 탄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의 단순 숫자 너머의 지표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변화속도와 연령 구조에 있어 우리나라의 상황은 상당히 비관적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7년 연속 출산율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0.84로 전례 없는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OECD를 넘어 세계 최저치다. 노년층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15.7%에 육박한다. 대표적인 고령 국가 일본이 28.9%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나은 상태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속도다. 현재 수준을 지속할 경우 2060년에 이르러 인구수는 약 3천만 명 대로 내려앉고 노인 비율은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45년부터 일본의 고령화율을 우리나라가 추월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런 배경에서 저출생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저출생 심화의 주원인으로 혼인율 감소가 꼽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이 출생의 선행조건으로 여겨지기에 혼인율 감소가 출산율에 즉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들이 쓰는 말 중 ‘N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 2000년대 말부터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을 시작으로 5포 세대, 6포 세대 등 가짓수가 점차 늘어갔다. 그중 최우선 포기 대상은 결혼이었다. 그만큼 결혼은 부담스러운 활동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결혼과 출생에 관해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우리나라의 특성상 혼인의 위축이 출산율의 감소로 직결됐다.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혼외자 비율은 1.9%로 혼외자 비율 역시 OECD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유럽의 경우 혼외자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56.7%), 스웨덴(54.6%), 네덜란드(48.7%)를 들 수 있다. 미국 역시 혼외자 비율이 40.2%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 국가 대부분 혼외자를 제외한 출산율에선 우리나라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차이를 만든 것은 결혼과 출생에 관한 인식 차이였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보다 포용적인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출산율을 높이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인구 정책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프랑스는 출산 장려 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의 인구 정책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했다. 전통적인 가정 외에도 입양 가정, 미혼모 가정, 이민자 가정 등 여러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평등하게 지원하며 출산 장려에 앞장섰다. 프랑스의 혼외자 비율은 54.6%다. 그러나 1970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6%에 불과했다. 가족에 관한 가치관 변화는 사회적인 노력으로 얻은 결실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프랑스 정부는 수당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출산 지원부터 가족 수당, 자녀 교육 수당, 육아 휴직 수당 등 육아에 따르는 모든 단계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그 외에도 남녀 공동 육아에 관한 가치관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남편의 육아휴직을 일상적으로 정착시켰고 기업에서도 남편의 귀가를 앞당겨주는 식으로 육아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상기된 노력을 바탕으로 1.6명대까지 떨어졌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출산율인 2명대까지 반등했다.

이민 역시 인구 감소 대책을 논의할 때 흔히 제시되는 방안이다. 당장 노동인구를 확보함과 동시에 이민자가 가정을 꾸려 출생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며 “이민자를 받는 것은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민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가 융화할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혁파하는 데 일조해주는 효과도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문화의 차이는 양날의 검이다. 적절히 공존한다면 사회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주지만 갈등과 분란 또한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민자는 꾸준히 유입될 전망이다. 이민자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한편 이민자들이 우리 문화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방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변화하는 인구, 격동하는 미래

인구 구조의 변동은 사회 전반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계속 유입될 이민자와의 융화를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동시에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산업계에선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할 것이며 발전된 기계와 AI는 인력을 보완하고 대체해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점차 감소하는 근속연수와 빨라지는 은퇴 시점은 그러한 기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스페인은 정부 차원의 주4일제를 채택했다. 3년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4일제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에 이미 주4일제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정부차원에서 주4일제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주6일제에서 주5일제가 정착했듯 주4일제가 일상화되는 때가 올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의무적인 근무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이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휴일이 늘어나는 만큼 노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고 한편으론 ‘부업’에 시간과 노력을 보다 들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플루언서가 새로운 ‘직업’으로 부상했듯이 직업의 개념 역시 점점 넓어지고 모호해지는 추세다. 현재까지 하나의 직업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게 일반적인 형태였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복수의 직업을 갖는 것이 일반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어떻게든 급변할 미래를 대비해 젊은이들은 특히 기존의 사고를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으로서는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애플’사가 우리에게 스마트폰을 최초로 선보인 것은 불과 2007년이다. 15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의 생활은 송두리째 변해온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이민의 확대, 노동시간 감소와 직업 개념의 확대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다양한 전조들 사이에서 상상력을 자유로이 풀고 미래를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김대훈 기자 daehoon052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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