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드래곤과 스포츠 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협업 스니커즈인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가 지난 2019년 출시됐다. 해당 스니커즈는 온라인 추첨을 통한 당첨자에 한해 판매됐다. 이에 따라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출고가 21만 9천원에 판매된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는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를 통해 300만원~2천만원 대에 거래됐다. 출고가에 비해 약 최대 100배까지 오른 가격이다.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와 같이 가격이 급등한 상품을 리셀해 수입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리셀 시장은 대중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또한 리셀을 재태크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 용산 아이파크몰 6층에 위치한 파라박스에서 무인 리셀이 이뤄지고 있다.
▲ 용산 아이파크몰 6층에 위치한 파라박스에서 무인 리셀이 이뤄지고 있다.

성장하는 리셀 시장

리셀은 ‘re-sell’의 한국식 표현으로 문자 그대로 되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리셀은 기존 중고거래에 비해 더 희소성있는 물품거래에 중점을 둔다. 리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리셀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리셀 시장의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셀 시장의 규모는 약 48조원이다. 특히 지난 2019년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규모를 약 2조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서는 스니커즈가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품목이었다. 해당 플랫폼에서 스니커즈의 총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증가한 약 410억원이었다. 

실제로 리셀을 하는 사람들 역시 리셀 시장 규모의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리셀을 통해서만 신발을 구매한다는 우리대학 재학생 A(24) 씨는 “리셀 시장의 규모가 엄청 커졌다고 생각한다”며 “리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변에 리셀한 스니커즈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한 “신발 가격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는 것을 보면서 리셀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리셀에 참여하는 이유와 목적 다양해

최근 소비자들이 리셀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투자다. 투자 목적의 리셀은 다양한 품목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리셀 시장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스니커테크’, ‘슈테크’ 등이 유행하고 있다. 운동화를 구매한 후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해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이는 한정판 운동화, 이색적인 디자인의 운동화, 희소가치가 특별히 높은 운동화, 브랜드간 협업 운동화 등 수요에 비해 공급이 낮은 운동화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운동화 이외에도 명품, 한정판 옷 등의 품목에서 구매 후 비싼 가격에 재판매하는 투자 목적의 리셀이 이뤄지고 있다. 

한편 리셀에 참여하는 이유가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다. A씨는 “리셀로 신발을 구매해서 신발을 신고 난 후에도 해당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때로는 리셀로 구입한 신발의 가치가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리셀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마음에 드는 다른 제품이 나왔을 때 기존에 있던 제품을 팔고 새로운 제품 살 때 드는 비용이 적은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셀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는 원인은 한정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원래 옷에 관심이 있었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한정판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소비자들이 모여 설립한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리셀 시장 규모 확대에 대해 “한정판 등 구매가 쉽지 않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리셀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희귀재에 대한 요구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인터넷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정보 교류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거래됐다”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정보 교류가 쉬워지고 범위 역시 넓어졌기 때문에 거래가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다양한 제품에 대한 관심 증가, 꼭 새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 신제품보다는 낮은 가격에 대한 호응 등으로 리셀 시장 거래의 대상이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창구 통한 리셀 거래

청년들에게 ‘스니커테크’, ‘슈테크’ 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만큼 리셀이 이뤄지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리셀 방법은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직거래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직거래를 통한 리셀은 거래 물품의 정품 진위 여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한 구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생기고 있는 수많은 리셀 플랫폼들은 그 해결책이 되고 있다. 

리셀 플랫폼은 개인 간의 리셀을 중개하며 거래 품목의 정품 진위 여부를 대신 검증해준다. A씨는 리셀 플랫폼에 대해 “종종 거래 체결 가격보다 신발의 시세가 오르면 물품을 안 보내는 경우가 있어 시간이 딜레이 되는 불편한 점이 있다”면서도 “정품을 보장해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리셀 플랫폼에 대해 “리셀 중개플랫폼의 수익 모델이 어떤가에 따라서 수수료 등이 발생하게 되면 거래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신뢰도 높은 중개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거래가 빈번할수록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리셀 시장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롯데, 무신사 등 다양한 기업이 리셀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리셀 플랫폼 이외에도 리셀 직거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리셀 거래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이색적인 리셀 거래 방법 중 하나는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업체 '파라바라'에서 운영하는 ‘파라박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파라박스는 서울·경기 지역 약 30곳에서 설치돼 운영되는 중고 거래 자판기다. 판매자가 애플리케이션에 판매 물품을 등록하고 파라박스에 넣으면 구매자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품의 정보를 확인하고 파라박스에서 실물 확인 후 구매하는 방식이다. 파라바라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리셀 시장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면서 더 다양한 리셀 거래 방식이 고안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사회적 현상으로 정착된 리셀 시장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품에 대한 평가에 있어 다양한 유사거래사례를 통해 가격의 적정성을 볼 필요가 있고 거래를 완료하기 전에 제품의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면서 “개인 간 거래에서는 판매자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현금거래는 피하는 것이 좋으나 신용카드 등의 결제 수단 활용이 어렵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거래 사이트를 통하는 경우는 판매자에 대한 평판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추가로 “리셀이든 아니든 우선적으로 해당 제품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리셀 제품 역시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글·사진_ 황성진 기자 kikihs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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