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라면 휴대폰에 반드시 깔려 있을 만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하나 있다. 바로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다. 자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에타는 가장 활발한 학내 커뮤니티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시간표 앱으로 처음 출시된 에타는 익명 커뮤니티, 시간표 및 학점 관리, 강의평·시험정보 공유, 중고거래 기능을 추가하며 서비스의 범위를 넓혀왔다. 그 결과 이번해 기준 전국 396개 대학, 513만 명의 학생들이 가입한 앱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대학생활에 필수적인 앱 중 하나인 에타의 익명 커뮤니티는 여러 차례 문제의 온상으로 화두에 오른 바 있다. 에타 내 무분별한 혐오표현, 사이버불링 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한 대학에서 에타의 악성댓글에 시달리던 이용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앱은 어쩌다 문제의 온상이 됐을까.

혐오로 얼룩진 에타, 응답자 92% “이용 중 불쾌감 느껴”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에타 내 혐오표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설문지로 ‘에브리타임 사용실태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89명 중 92.1%인 173명의 응답자가 에타 이용 도중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불쾌감을 느낀 이유에 관해서는 막말·비방이 82.2%, 혐오표현이 81%, 정치적 편향성이 5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란, 허위정보, 남녀 갈등 조장, 여성비하, 소수자 혐오 등의 이유도 뒤를 이었다. 불쾌감을 느낀 게시글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는 ‘너무 많아서 꼽을 수 없다’, ‘교내 페미니즘 동아리에 대한 혐오표현’, ‘과도한 정치적 비하 글’, ‘불법 성관계 동영상을 보고 싶다고 한 게시글에 달린 동조 댓글들’, ‘성소수자 학우가 힘듦을 토로하는 글에 목매달고 죽으라고 한 댓글’ 등을 비롯해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78개의 응답이 있었다.

위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은 비단 에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에타 내 혐오표현은 같은 캠퍼스 공간을 공유하는 학우들 사이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에타 내 혐오표현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우리대학 재학생 A씨는 “당시 에타 사용자들이 개인의 이름과 소속학과를 밝히며 비난과 혐오표현을 서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로 오프라인에서 ‘이 사람도 에타에서 댓글을 쓰던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발언들이 조심스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인권센터 담당자는 “특정 게시물과 댓글에 의해 직접 상처 입지 않더라도 그것을 경유해서 간접 학습하고 위축되는 영향을 겪을 수 있다”며 혐오표현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에타의 익명성, 혐오표현에 불을 붙이다

에타의 커뮤니티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학생증이나 학교 메일을 통해 학교 인증을 거쳐야만 각 대학 에타에 가입할 수 있긴 하지만 가입 후에는 철저하게 익명이 보장된다. 익명 설정이 가능하고 게시판에 따라 익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닉네임을 설정할 수 있기에 얼마든지 자기 자신을 숨길 수 있다. 같은 캠퍼스를 공유하는 학생들과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익명성 덕분에 이용자들은 평소에 쉽게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익명성을 악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과도한 혐오표현이나 욕설, 심지어는 ‘능동적 자살을 추천한다’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내뱉는 것이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혐오표현이 에타에 올라오지만 정작 그 글의 가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철저한 익명을 기반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있어 가해자를 특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타의 익명성은 사용자들에게 발언의 자유를 보장해줬지만 정작 혐오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인권센터 담당자는 “혐오표현의 원인은 개인적·사회적·제도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익명성으로 인해 혐오표현을 ‘피해자 없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타의 혐오표현엔 브레이크가 없다

익명성도 문제지만 혐오표현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에타를 ‘혐오표현의 장’으로 만드는데 한몫했다. 에타에서는 이용자 누구나 게시판을 생성·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작 가장 많은 글이 게시되는 ‘자유 게시판’이나 ‘비밀 게시판’에는 관리자가 따로 없다. 에타에서는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통해 불법 행위, 각종 차별 및 혐오, 사회적 갈등 조장, 타인의 권리 침해, 다른 이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제한한다고 명시해뒀지만 이는 명목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신고가 일정 건수 이상 접수되면 게시물이 삭제되는 ‘누적 신고제’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단순히 신고 건수에 따라 자동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식이기에 신고기능으로 혐오성 게시글을 제재하긴 어렵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에타 이용 중 게시글을 신고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응답자는 50.8%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신고해봤자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신고기능이 유명무실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누적 신고제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게다가 신고내용에 대한 관리자의 판단 없이 단순히 신고 건수로만 제재를 가하는 신고제는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인권센터 담당자는 “혐오표현이나 성희롱을 겪었을 경우 인권센터로 상담·신고할 수 있다”면서도 “정식으로 신고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혐오표현 작성자가 특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인권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다른 학교들 중에 임의조사 혹은 직권조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놓은 학교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대학 인권센터 규정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다”며 “실제로 있다고 하더라도 익명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의 게시글 작성자를 특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신고인의 의사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은 있으나 작성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사실상 가해자에게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자유만 가득한 에타, “개선 필요해”

에타의 원색적인 혐오표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예로 지난해 ‘청년참여연대’에서는 에타 내 혐오표현에 대한 파악과 해결노력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인 ‘유니브페미’에서는 대학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F5 프로젝트의 기록물인 「캠퍼스 혐오표현 새로고침 가이드」를 발간하며 학내 혐오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목소리를 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9.9%(150명)는 에타 이용규칙이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선방안에 관해서는 에타 측의 관리 및 제재 강화(78.1%), 익명 기능 제한(45.7%), 학교의 노력 (13.2%) 등을 꼽았다. 이처럼 여러 차례 에타 내 혐오표현, 음란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고 문제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에타의 본사인 ‘비누랩스’ 측은 묵묵부답이다.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운영자가 혐오표현의 발화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센터 담당자는 “상당수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의 정비’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혐오표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호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대학에서 혐오표현 개선을 위해 하고 있는 노력으로는 “전반적인 온라인상의 혐오표현과 관련해서 지난해 ‘인권 서포터즈’를 모집·운영했다”며 “온라인상의 인권침해와 혐오표현을 주제로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어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자신의 발화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표현의 자유와 자유분방한 손이 내뱉은 혐오표현은 분명 다르다. 다소 진부한 표현일 수 있으나 말 한마디는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다른 사람을 날카롭게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서서히 사람을 무너뜨리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당신의 에타는 안녕하신가요?’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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