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보도부장
이은정 보도부장

최근 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24)이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A씨가 연락을 거절하자 A씨를 스토킹했다. 그리고 지난달 A씨의 집에 침입해 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한 후 마지막으로 A씨를 살해했다. 노원경찰서는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스토킹이 범죄로 인식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1999년 처음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쳐왔다. 그러나 지난달 스토킹 처벌법이 첫 발의 후 22년 만에 통과됐다. 이 법안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 스토킹 범죄로 간주 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흉기 등을 이용한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가중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스토킹 범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범행이 지속되거나 반복되어야 한다는 점과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만 피해자로 한정한 점이었다. 또한 스토킹 범죄가 피해를 당한 사람이 처벌을 원해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스토킹 피해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스토킹 가해자의 97.4%는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었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아는 사람이 지속해서 합의를 요구하면 이것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오디오클립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에 출연해 “스토킹은 피해자를 괴롭힐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주변인들까지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며 “처벌법 통과는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니 개정을 해나가면서 더 많은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2018년 544건, 2019년 583건, 2020년 488건으로 계속해서 많이 발생했다. 만일 22년 전 처벌법이 통과됐다면 A씨와 같은 피해자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앞서 나온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법을 개정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또한 법적인 절차 마련과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스토킹을 그저 연인 사이의 귀찮은 애정 행각 정도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범죄행위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이은정 보도부장
bbongbbong0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