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57.5%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에 지난 8일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오 시장이 자진사퇴한 이후 10년 만이다. 자진사퇴한 과거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그새 잊어버렸는지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런 그의 정책에 동의한 것인지, ‘정권 심판’을 위한 민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서울시는 다시 10년 전 그 시장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선거 또한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20대 여성의 기타 투표율이 15.1%를 기록한 것은 가히 주목할만하다. 왜 이들은 1번도, 2번도 아닌 사표가 될 것이 뻔한 후보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을까. 이번 선거는 전임자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시작됐다. 

이에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등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공언한 후보자들이 여럿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수 있었다. 성 소수자 공약을 이야기한 미래당 오태양 후보가 있었는가 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탈시설장애인당 창당대회’를 열어 11대 장애인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정식 정당은 아니었지만 11명의 후보를 내며 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도는 좋았다. 그렇지만 정말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선거운동 기간, 오 시장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이형숙 대표와 사진 촬영한 후 정책요구안을 되돌려줬다. 이 대표는 다시 요구안을 건넸지만 이후로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또한 오 시장은 취임 후 ‘성폭력 피해자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공보물에서는 성평등, 성폭력 대책과 관련된 공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오 시장의 ‘능숙한’ 시정이 어디를 향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은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심장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인 서울은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가. 오 시장이 이야기하는 정책들도 물론 중요하겠다. 그렇지만 모든 서울 시민의, 서울 시민에 의한, 서울 시민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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