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맹상점의 리필 스테이션. 화장품, 세탁 세제, 샴푸 등 다양한 제품을 용기와 포장재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알맹상점의 리필 스테이션. 화장품, 세탁 세제, 샴푸 등 다양한 제품을 용기와 포장재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요즘 기자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제로 웨이스트’다. 제로 웨이스트는 생활 속에서 제품을 재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폐기물 발생을 방지하자는 운동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비 형태 중 하나다. 평소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기자의 집 근처에는 매장이 없어 SNS로 구경만 했다. 그러다 생필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일이 생겨 학교로부터 1시간 거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에 다녀왔다.

망원시장에 있는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슬로건으로 포장재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다.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가게가 나왔다.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 눈이 커졌다. 기자가 가게에 간 목적 중 하나는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였다. 이 회수센터에서는 제품의 재사용을 돕고 재활용되지 않는 작은 쓰레기들을 모아 새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져온 에코백은 망원시장에서 대여해주고 유리병 등 용기는 알맹상점의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재사용할 수 있다. 회수센터에 모인 원두 가루는 생활용품으로, 우유갑은 화장지로, 작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나게 된다. 기자는 평소 모아뒀던 플라스틱 병뚜껑을 챙겨가 색깔별로 분리했다. 가게 직원이 병뚜껑의 무게를 잰 후 쿠폰에 도장을 찍어줬다. 12개의 도장을 모으면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만든 치약 짜개나 대나무 칫솔 같은 플라스틱 프리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

방문 목적 중 하나를 달성한 후에는 찬찬히 가게의 제품들을 살펴봤다. 평소 쇼핑을 좋아하는 기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구매목록을 미리 정해갔다. 그 덕분에 사고 싶은 물건은 많았지만 정말 필요한 것만 골라 구매할 수 있었다. 제일 필요한 제품은 세탁 세제였는데 ‘리필 스테이션’에서 세탁 세제만을 구매하기 위해 미리 세제를 담을 용기를 챙겨갔다. 리필 스테이션은 포장재나 용기 없이 직접 준비한 다회용기에 세제나 쌀, 설탕 등의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만약 용기가 없다면 돈을 내고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 리필 스테이션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도 다양했다. 세탁 세제나 섬유 유연제도 다양한 종류가 준비돼있었고 세럼이나 클렌징 오일 등 화장품 종류도 많이 구비돼있었다. 리필 스테이션의 제품들은 그램 당 가격이 기재돼있고 비싼 품목일 경우 가격이 많이 나올 수 있으니 무게를 미리 재보라는 친절한 경고가 붙어져 있었다.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한 후에는 지난해부터 사용했던 샴푸바가 작아져서 새로운 샴푸바를 구매했다. 

이 역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좋았으나 본래 사용하던 ‘동구밭’의 샴푸바가 포장재를 분리 배출하기에 간편하고 품질도 만족스러워서 재구매했다. 대나무 칫솔과 칫솔 케이스도 구매했고 매일 새로 비닐을 뜯어 사용하던 일회용 마스크를 대신해 면 마스크를 구매했다. 기자가 구매한 것과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1년 넘게 해당 마스크를 세척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해 믿음직스러웠다. 기자가 구매한 것 외에도 재사용 빨대나 생리대, 소프넛 등 비거니즘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곳곳에 붙은 친절한 설명을 통해 새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염소는 주기적으로 면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염소털을 활용한 제품은 동물성이지만 염소를 해치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가게를 나서면서는 앞으로 제로 웨이스트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 동대문구 근처에도 매장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로 웨이스트 만렙인 사람, 새로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고 싶어진 사람 모두에게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너무 좋은 제품이 많아 보여도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기로… 약속.


글·사진_ 신유정 기자 tlsdbwjd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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