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행사가 없는 요즘에 주목할 만한 기념일이 있으니 바로 4월 5일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나무 심기를 통해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림자원의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2006년 이후 공휴일에서 빠지며 크게 주목받지 않고 있던 식목일이 최근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에 따라 다시 화두에 올랐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제기돼 식목일 날짜 변경 여부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의 식목일이 되기까지

최초의 식목일은 지난 1872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벌채로 산림이 헐벗어 있는 것을 본 개척민이 산림 녹화 운동을 전개했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서 식목 행사가 이뤄졌다. 당시 식목일 제정을 주창한 J.S. 모튼의 생일인 3월 22일이 나무의 날로 지정된 것이 식목일의 연원이 됐다. 이후 식목일은 미국 전 주로 퍼졌고 세계 각 국가도 이에 따라 식목일을 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목일이 탄생한 것은 지난 1946년이다. 당시 미 군정청이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식목일로 4월 5일이 지정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계절적으로 4월 5일이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과 겹치기 때문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청명은 식물의 생명력이 왕성한 절기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문무왕 17년 2월 25일(양력 4월 5일)에 당나라 세력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고 실질적인 삼국통일을 이룩한 날을 기념해 나무를 심은 것에서 식목일이 유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 성종이 세자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어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행사인 친경제를 연 날이 3월 10일(양력 4월 5일)이기도 하다.

식목일은 공휴일 지정과 폐지를 거듭 반복했기에 식목일이 쉬는 날인지 헷갈리는 이들이 많다. 지난 1949년 대통령령에 따라 식목일은 공휴일로 처음 지정됐지만 이후 1960년 공휴일에서 빠지며 ‘사방의 날’(3월 15일)로 변경됐다. 이듬해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며 식목일이 공휴일로 부활했다. 마지막으로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당시 공무원 주5일근무제가 실시돼 휴일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와 공휴일에서 빠지게 됐다. 현재는 법정기념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식목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다양한 이점 지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영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만큼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기후 위기 문제 대응에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숲과 나무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광합성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인 탄소흡수원으로 꼽힌다. 따라서 나무를 심고 숲을 확대하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를 흡수한다는 것 외에도 산림이 주는 이점은 다양하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산림의 주산물인 목재와 약재, 버섯, 수액과 같은 다양한 부산물이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쓰는 대부분의 물질을 산림에서 얻고 있다. 산림은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 가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나무가 뿜어내는 물질이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산림 치유 효과를 대표하는 것이 ‘피톤치드’다. 피톤치드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항염과 항균, 살충, 면역 증진, 스트레스 조절 등의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키는 음이온도 있다. 음이온은 주로 물 분자가 공기와 마찰할 때 생성되기 때문에 계곡 또는 폭포 주변에서 듬뿍 마실 수 있다. 이외에도 산림에는 경관, 소리, 햇빛 등과 같은 치유 인자들이 있어 건강의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나무 심기만큼이나 중요한 기존의 숲 보존과 관리

나무를 심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식목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식목일을 기존의 의미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식목일이 제정될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나무가 비어 있는 산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림자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식목일이 제정된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민둥산이었다. 오래전부터 땔감 사용을 위해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산림 황폐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지속적인 조림 사업과 꾸준한 녹지 조성 노력으로 지금은 ‘산림 강국’이라 불릴 만큼 녹지공간이 늘었다. 국토의 63%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기준국토면적 대비 산림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Q)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단위면적당 산림자원 증가율에서 우리나라가 196%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중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따라서 나무 심기만큼이나 기존의 나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산림환경학과 윤여창 교수는 “지금 나무가 서 있지 않은 산은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 나무를 새로 심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과거에 나무가 없을 때는 나무를 심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나무를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를 가꾸고 보호하는 날로 식목일의 의미와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숲을 보호하는 것이 나무 심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봄철 기온 상승에 “식목일 앞당겨야”

지난달 3일 ‘나무심기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산림청은 “지구온난화로 3월 기온이 높아져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짐에 따라 날짜 변경에 대한 타당성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식목일을 한 달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식목일 날짜 변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봄철 기온 상승으로 인해 현행 식목일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기상정보제공업체 ‘케이웨더’의 「식목일 기온 점차 높아지는 추세」에 따르면 식목일 평균 기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 제정 당시의 식목일 기온은 3월 중순경에 나타나고 있다. 산림과학원이 나뭇잎이 나는 시기와 땅속 온도를 측정해 분석해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로 제시하고 있는 일평균기온은 6.5℃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는 2월 16일, 서울은 3월 17일에 식목의 적정 시기가 도래한다. 윤 교수 역시 “과거 기록과 비교해보면 1940년대에 비해 3월 평균 기온이 2.3℃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고 봄에는 기온이 0.65℃ 오를 때마다 봄이 오는 시기가 약 3일이 빨라진다”면서 “이를 종합해 계산하면 4월 5일에서 보름 정도 앞당기는 것이 적당하다”고 전했다.

현행 식목일 날짜에 따라 식목 행사가 이뤄지면 잎이 자란 후에 나무를 옮겨 심게 된다. 하지만 이는 나무의 생존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 윤 교수는 “나무에서 싹이 나오는 시점이 되면 나무의 뿌리에서는 물과 영양물질을 땅속에서 끌어들이고 잎에서는 증산작용이 일어난다”며 “이때 나무를 옮겨심기 위해 나무의 뿌리를 반 이상 자르면 잎에서는 증산작용이 일어나는데 땅에서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해 나무가 굉장히 메마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도 아파서 수술할 때 깨어있을 때 하지 않고 잠잘 때 한다”며 “나무를 심을 때도 나무가 잎이 나고 활력이 넘칠 때 하는 것보다는 쉬고 있는 동안에 옮겨 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식목일 변경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산림청이 지난달 실시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 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식목일 변경 찬성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 등이 있었으며 반대 이유로는 ‘현재 식목일 날짜에 대한 기존 인식’, ‘나무 심기에 낮은 3월 기온’ 등을 꼽았다. 산림청은 향후 식목일 변경 논의에 있어서도 국민 의견을 다양한 전문가 의견과 함께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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