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탐방 기획 ⑤

서울 지하철 6호선은 본선과 은평구 일대를 일방통행으로 순환하는 응암순환선 구간에서 운행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에 개통된 중랑구 신내역이나 봉화산역에서 출발하는 6호선은 ‘응암행’이 아닌 ‘응암순환’으로 노원구, 성북구를 지나 종로구, 용산구, 마포구를 거치면서 은평구의 응암역에 도착한다. 이후 다시 봉화산행, 신내행이 돼 강북을 동서로 횡단한다. 넓은 서울에 없어서는 안 될 6호선에 대해 살펴보자.

▲ 2000년 8월 7일에 열린 6호선 개통식. 다음해 3월에나 모든 역이 개통될 만큼 공사에 난관이 많았다.(출처: 서울역사편찬원)
▲ 2000년 8월 7일에 열린 6호선 개통식. 다음해 3월에나 모든 역이 개통될 만큼 공사에 난관이 많았다.(출처: 서울역사편찬원)

강북의 역세권 공백지대를 누비는 6호선

6호선은 2호선과 함께 전 구간, 전 역이 서울시 관내에 있는 노선으로 서울의 서북부와 동북부 교통연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강북지역에서 지하철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역세권 공백지대를 누벼 다니는 노선이다. 건설 계획 당시에는 이미 지하철 5개 노선이 개통된 상태였지만 역이 모두 사대문 안에 집중돼있었다. 또한 사대문 밖에선 대다수의 노선이 2호선으로만 연결되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고 혼잡도가 매우 높았다. 6호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노선들이 서울 시내에서 거미줄처럼 얽히게 됐다. 또한 처음으로 노선이 남산 남쪽을 돌아가면서 용산 이태원지구의 교통도 개선됐다.

6호선은 강북 도심뿐만 아니라 강남과 영등포와 같은 부도심을 통과하지 않는다. 대신 도심부에 직결하는 다른 노선들과의 다리 역할을 한다. 즉 A호선에서 B호선으로 환승하려 할 때 두 노선의 환승역까지 돌아가지 않고 6호선을 거쳐 환승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북 도심에서 6호선이 만든 환승역이 12개나 되는 데서 볼 수 있듯 6호선은 강북지역 환승 네트워크 구축에 중요한 퍼즐이다.

6호선은 2기 지하철(5~8호선) 건설 계획 중 마지막으로 개통된 노선이다. 다른 2기 지하철들이 1990년에 착공한 반면 6호선은 당초 계획보다 노선 변경이 많아지면서 1994년이 돼서야 공사를 시작했다. 2000년 8월 7일에 봉화산~상월곡 구간이 먼저 개통됐고 나머지 응암~상월곡 구간은 11월 20일  개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시공사가 부도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사가 여러 번 중단됐다. 화강암지대로 된 난공사 구간도 많아 공사 난이도도 높았다. 결국 12월 15일 이태원, 한강진, 버티고개, 약수역 4개역은 미개통으로 무정차 통과하면서 전 구간 운행을 시작했다. 이 4개 역은 다음해인 2001년 3월 9일에 개통됐다. 2호선과의 환승구간이 긴 신당역은 2001년 8월에 공사가 끝나 이때부터 환승이 가능해졌다. 석계역 외의 6호선과 1호선과의 직접 환승 강화를 위해 2005년 12월 동묘앞역이 개통됐으며 지난 2019년 12월 신내역이 개통되면서 경춘선과의 환승역도 생겼다.

‘대학생 지하철’, 경기도로도 뻗어 나갈까

6호선은 ‘대학생 지하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대학교 인근을 많이 지나간다. 고려대, 서강대, 홍익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많은 대학생이 통학을 위해 6호선을 이용한다. 대학생들은 6호선 덕분에 편하게 통학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노선에 비해 덜 붐벼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6호선은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에 역당 일평균 이용객 수가 가장 적다. 역세권 공백지대 해소와 환승허브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다 보니 노선 선형 자체가 곡선이 심해져 장거리 탑승 승객이 많지 않다. 강북 도심과 강남, 영등포 부도심도 지나지 않으니 승객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많은 사람의 발이 돼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 구간, 전 역이 서울시 관내에 있는 6호선이 경기도 구리·남양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공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남양주시에 다산신도시, 왕숙2신도시 등 많은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증가해 교통망 확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는 6호선 구리·남양주 연장 사업이 4차 광역교통시행계획 검토과제로 반영되기도 했다. 노선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미래에는 6호선이 베드타운 노선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

▲ 망원시장 입구. 입소문을 탄 맛집들이 가득하다.
▲ 망원시장 입구. 입소문을 탄 맛집들이 가득하다.

골목마다 명소·맛집… 합정·상수·망원역

합정역은 골목마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맛집 등 명소가 가득하다. 홍익대(이하 홍대) 앞 거리 상권이 팽창하면서 합정역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과도한 상업화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홍대거리를 점령하고 기존에 있던 카페나 공연장 등이 떠밀려 오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예전 홍대거리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합정역으로 와 상수역까지 이어지는 카페 골목을 찾고 있다. 

상수역은 역 근처는 빌라가 많은 주택가여서 비교적 붐비지 않는 역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홍대거리의 개인 상점과 카페들이 역 근처 주택가 사이사이에 자리 잡으면서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합정역처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주류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플랫폼인 ‘KT&G 상상마당 홍대’를 가고 싶다면 홍대입구역보다 상수역에 내리는 것이 더 가깝다. 또한 상수역에서 홍대정문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홍대클럽거리’가 나온다. 힙합클럽 등 다양한 분위기의 클럽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편집숍이 많이 입점해있다. 한정판 신발, 의류 등을 사기 위한 일명 ‘힙스터’들이 붐비는 홍대입구역 대신 쾌적하게 이용하는 역이 바로 상수역이다.

망원역도 작지만 유명한 역 중 하나다. 일명 ‘망리단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패러디해 붙은 별명인 망리단길 역시 홍대거리 상권 확장의 영향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수요미식회> 등 TV 프로그램과 소셜 미디어에 소개된 맛집과 카페를 찾고 있다. 덕분에 망리단길 옆 망원시장의 떡볶이, 닭강정, 고로케 등도 유명해져 줄 서서 사 먹는 가게가 많다. 기자는 프랑스 샌드위치 ‘잠봉뵈르’와 망원시장 음식을 포장해 시장 음식 반입이 가능한 카페에서 지역 수제맥주와 함께 먹었다. 합정·상수·망원역은 하루를 알차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명소로 안내해주는 역이다.

▲ 이태원역 근처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의 외관
▲ 이태원역 근처 이슬람 모스크 서울중앙성원의 외관

서울시 관광특구 1호, 다문화의 거리 이태원역

웹툰 원작의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경리단길 등은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도 한 번 정도는 들어본 단어다. 이태원은 서울시 관광특구 1호이자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서래마을, 차이나타운 등은 특정 국적에 특화된 외국인 마을, 거리이지만 이태원은 세계의 다양한 외국 문화가 모인 곳이다. 이태원은 6호선 이태원역뿐만 아니라 녹사평, 한강진역을 통해서도 갈 수 있다. 

이태원은 과거 미8군 사령부인 일명 용산 미군기지와 인접해 있어 주한미군들의 유흥가였다. 이후 이태원은 외국인들의 관광지가 됐는데 다양한 문화권의 관광객들이 자신의 문화를 이태원에 다시 전파하면서 ‘이태원세계음식거리’가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많은 대사관이 밀집해있어 각 나라 사람들이 대사관에 갈 때 이태원을 방문하게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사관들이 이태원에 밀집해있는 이유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 한강진역 근처 한남동에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은 불가리아, 브라질, 터키 요리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이태원역에서 언덕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한국 최초·최대의 이슬람 모스크인 서울중앙성원을 방문할 수 있다. 모스크 역시 이태원을 다문화 거리로 발전시킨 랜드마크 중 하나다. 현재는 방역을 위해 외부인의 모스크 내부 출입이 제한돼있어 웅장한 외관 구경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모스크 근처에는 무슬림을 위한 할랄 푸드를 파는 식당들이 많다. 인도 커리나 아랍권 음식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현지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기자는 모스크 바로 앞 이슬람 음식점을 방문했다.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에잔 소리와 함께 코란을 외는 무슬림 주방장과 TV에 나오는 파키스탄 뉴스 채널인 ‘ARY 뉴스’를 보면서 이태원만의 이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옛 철길도 공원이 된다, 화랑대역

‘화랑대’라는 역명은 육군사관학교의 별칭이다. 화랑대는 경춘선의 역 중 하나였는데 경춘선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올라간다. 조선총독부가 강원도청을 철도가 이미 설치돼 있는 철원으로 이전하려 하자 이에 반발한 춘천의 부자들이 사재를 털어 서울에서 춘천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만든 것이다. 

화랑대역은 현재 1호선 제기동역 근처에 있던 성동역에서 춘천역까지 연결됐던 경춘선 노선 중에서 서울에 위치한 마지막 간이역이다. 성동역에서 현재 1호선 광운대역인 성북역 구간의 경춘선은 철거됐고 2010년 경춘선 복설전철화 사업으로 현재는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6km 구간의 폐철길 원형을 보존하면서 경춘선 숲길 공원으로 조성했고 2018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서울에서 철길 원형이 가장 길게 남아있는 특성이 설계 모티브가 됐다.

6호선 효창공원역에서 대흥역까지는 옛 경의선 철길이 경의선 숲길 공원으로 잘 조성돼있다. 경의선 숲길은 옛 철길을 철거한 구간이 많지만 경춘선 숲길은 철길 원형뿐만 아니라 옛 역사와 승강장, 기차 등을 그대로 복원해놔서 포토존이 많다. 화랑대역사 안에는 옛 경춘선 승차권 등이 전시돼있고 경춘선 객실 내부도 표현돼있다. 객실에는 가평과 춘천으로 MT를 가던 학생들의 기타, 카세트 등이 선반 위에 올라가 있고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담긴 간식 카트도 있다. 레트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화랑대역은 1958년 육군사관학교가 이전해오기 전까지 ‘태릉역’이었다. 태릉은 조선의 왕인 중종의 두 번째 계비인 문전왕후 윤씨의 무덤이다. 태릉 근처에는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무덤인 강릉도 있는데 모두 조선왕릉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다. 화랑대 철도공원과 함께 웅장한 태릉을 방문한다면 흥미로운 시간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난지도에서 하늘공원으로, 월드컵경기장역

2002년 FIFA 월드컵은 6호선을 건립한 목적 중 하나다.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월드컵경기장역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바로 앞에 지어졌다. 평상시에는 한산하지만 축구 국가대표 A매치 경기와 프로축구팀 FC 서울의 홈경기, 예술 공연 등이 열리면 사람이 가득 차는 역이다.

월드컵경기장역 근처에는 한강변으로 거대한 공원이 있다. 바로 월드컵 공원이다. 월드컵 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의 5가지 테마 공원으로 조성돼있다. 그중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는 하늘공원은 가을 억새축제로 유명하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려 하늘공원 쪽으로 걷다 보면 ‘맹꽁이 전기차’ 승차장이 나온다. 언덕 위 하늘공원 입구까지 편도 2천원, 왕복 3천원이다.

승차장에서 하늘공원 입구로 가다 보면 메타세콰이어길이 나온다. 담양의 명소로 알려져 있는 메타세콰이어길 풍경을 서울에서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오르막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하늘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기자는 언덕 위에 이렇게 넓고 평탄한 풀밭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푸른 억새가 마치 청보리밭을 연상시켜 가을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휴식을 위한 오두막도 마련돼 있고 한강 경치도 볼 수 있어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사실 하늘공원과 월드컵 공원은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자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1978년부터 15년간 난지도에 서울의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 일부를 비위생적인 단순 방식으로 매립했다. 결국 95m 높이에 윗부분이 평평한 쓰레기산 2개가 생겼다. 한때는 난지도 매립장에서 폐품을 수집해 생계를 꾸리며 살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늘공원은 폐쇄된 난지도 제2매립지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공원에는 땅속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침출수 처리를 위한 가스관이 설치돼 있으며 포집된 가스는 월드컵공원과 월드컵경기장 시설 열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난지도의 푸른 변신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길 권한다.


글·사진_ 김정익 기자 cha6kim@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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