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학술문화부장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지난 1일부터 네이버에서는 ‘#오늘일기 챌린지’가 진행됐다. #오늘일기 챌린지는 2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자신의 일상을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로 남기면 총 1만 6천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다. 기자의 주변에도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친구가 꽤 많았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추기도 하고 오늘 블로그 올렸냐고 서로에게 확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챌린지의 조기 종료 공지가 올라왔고 참여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기 종료의 이유가 여러 개의 아이디로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의 부정 참여자가 많아서였는지 혹은 단순히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에 당황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대기업인 네이버가 말 그대로 ‘작심삼일’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꾸준함은 오래전부터 강조되던 가치 중 하나다. 유명한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보면 토끼가 잠깐 잠든 사이 쉬지 않고 꾸준히 결승선을 향해 달려간 거북이가 결국 경주에서 승리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가 트랙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하나의 경주라고 한다면 과연 느리지만 성실한 거북이는 이 경주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주식과 암호화폐 열풍으로 드러나고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돈을 모을 수 있는 적금에서 눈을 돌린 사람들은 성공한다면 조금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과 코인을 사며 ‘한 방’을 노린다.

물론 주식과 암호화폐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잘 공부한다면 좋은 재테크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목받는 것을 넘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 즉 사회에서 거북이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발선부터가 다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토끼가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도 거북이의 느린 걸음으로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거북이가 되길 거부한 사람들은 느리게 걸어가는 다른 거북이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거북이가 지닌 꾸준함과 성실함이라는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잡아 보는 것이다.

비단 재테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예전에 지나간 유행이라 여겨지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미련하다고 말한다. 놓을 수 있을 때 놓는 것도 능력이라 여겨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꾸준함은 결코 저평가돼서는 안 되는 가치다. 꾸준한 노력이 인정받아 그 결과가 나타나는 사회야말로 가장 건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운과 위험이 따르는 다른 수단들 역시 노력과 성실이 바탕이 돼야만 보다 안전할 수 있다. 꾸준함에 대한 마땅한 인정이 따라온다면 마침내 거북이도 이길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김유경 학술문화부장 candy886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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