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을 하곤 한다. 중간고사 기간만 되면 꼭 날씨가 좋고 만개한 벚꽃이 창밖에서 흔들린다. 바깥에 뛰쳐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강의실 창밖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그러다 공강 시간이 되면 ‘배봉탕’에 모여 동기들과 짜장면을 시켜 먹는다. 옆을 둘러보면 ‘배봉 짜장’을 먹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인다. 돗자리를 깔고 짜장면을 먹다 보면 벚꽃잎이 하나둘 까만 짜장 소스 위로 떨어진다. 그러다 밤이 되면 중앙도서관에 모여 공부하다가 아침에 함께 시험을 보고 헤어진다. 이렇게 중간고사 기간에 ‘찌든’ 생활을 끝내면 다시 설렘이 우리를 찾아온다. 바로 축제 기간이다. 비록 주류 반입도 되지 않고 우리대학 축제가 재밌다고 유명한 편도 아니지만 중앙로에 푸드트럭이 자리 잡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한껏 상기된 학우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대학의 봄 풍경을 보지 못한지도 벌써 2년째다. 비운의 ‘코로나 학번’들에게 이런 풍경은 드라마 속에서 보거나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는 먼 이야기일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 놓았다. 대학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이후 강의실은 캠퍼스가 아닌 각자의 집이나 카페로 바뀌었고 학생들 간의 만남과 왁자지껄한 교내 여러 행사는 불가능해졌다. 당장의 대면 행사나 만남을 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아쉬움도 크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2년 동안의 변화로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학생사회의 존속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진행된 2021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재·보궐선거에서는 총학생회 후보자가 결국 나오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투표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학생사회의 위기, 학생자치의 위기라는 말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비대면 생활로 캠퍼스 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치기구뿐만 아니라 동아리나 대학언론 등 여러 집단의 지속 가능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빼앗긴 캠퍼스의 봄을 다음해에는 다시 볼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무기력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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