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기자가 어렸을 적에는 초등학교 앞에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가 가끔 찾아오셨습니다. 박스 안 병아리들의 삐약삐약 소리에 교문 앞은 북새통을 이루곤 했습니다. 저 역시 귀여운 병아리 모습에 마음이 뺏겨 한참을 서서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벼르고 벼르다 돼지저금통에 있는 동전을 털어 부모님 몰래 병아리를 사 왔습니다. 힘차게 삐약대고 푸드덕거리며 뛰기까지 하는 씩씩한 병아리를 보며 너무 좋아 종일 만지고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병아리는 고작 하루 만에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병아리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무작정 귀엽다고 데려왔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죠. 저와 같은 초등학생 때문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병아리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동물을 초등학교 앞에서 사고판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햄스터 5천원, 병아리 3천원, 금붕어는 1천원. 말도 안 되게 싼 값에 팔렸으니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소중한 생명들이 그저 장난감처럼 보였을 수밖에요. 요즘에는 다행히 이런 문화가 없어져 라떼의 이야기로 회자되지만 여전히 생명을 사고파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펫숍입니다.

펫숍의 쇼윈도 안에 갇힌 귀여운 강아지를 유리벽 너머로 구경하신 경험이 분명 있으실 겁니다. 이들은 펫숍에 오기 전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경매 과정을 거칩니다. 강아지 공장이란 많은 수의 어미 개를 한 곳에 가두고 빠른 시간 안에 임신과 출산을 기계처럼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번식장을 의미합니다. 펫숍에서 구매한 강아지가 면역력이 낮고 쉽게 질병에 걸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이런 잔인한 문화에 반대한 가수 이효리 씨가 지난 2011년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이후 펫숍 소비를 지양하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문화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라떼는 어려서, 몰라서라는 핑계로 생명을 사고파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펫숍의 실체가 알려지고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진 현재 더이상 몰랐다는 말로 이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병아리와 햄스터를 학교 앞에서 사고파는 것이 까마득한 라떼의 얘기가 돼 버린 것처럼 강아지와 고양이를 펫숍에서 사고파는 것 역시 누군가의 라떼가 되기를 소망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채효림 수습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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