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상식에서 각종 ‘최초’ 수식어를 달며 4관왕을 달성했던 영화 <기생충>에 이어 큰 의미를 가진다.
 
오스카 쾌거 이룩한 미나리, 이민 가족의 이야기 담아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가정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다. 영화 속 ‘데이빗’이 바로 그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로 트레일러 하우스에 살았던 적이 있고 그의 아버지에게는 농사를 지어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부모님이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는 것,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한국에서부터 가져와 키우는 것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일화가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해 이야기로 완성됐다.

영화가 사실적이고 솔직했기 때문일까. 미나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의 상을 휩쓸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오스틴 비평가 협회상에서 6관왕을 달성한 것이었다.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모두 수상해 전문가와 대중에게 동시에 인정받았다. 미나리는 가장 최근 수상한 오스카 여우조연상까지 총 89관왕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난항도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이나 미국의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손꼽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최종 수상했다. 미국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미국 배급사에서 배급한 미나리가 단지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고 이는 큰 논란이 됐다. 인종차별이 다시금 문제되고 있는 지금이기에 더 부각된 문제였다.

이방인들의 공감 얻은 미나리

감독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과 윤여정과 한예리를 제외한 모든 배우마저 미국인임에도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 데는 분명 원인이 있다. 여전히 국적이 미국이더라도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 이방인 취급하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미나리가 이방인에 대한 영화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한국계 가족,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이방인 취급받는 한국인 할머니가 미나리의 주인공이다.

 누구에게나 이방인이 돼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은 있을 테지만 특히 미국은 이민자들의 국가이기에 미나리에 더욱 열광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히스패닉을 제외한 백인은 60.1%에 지나지 않았다. 히스패닉·라틴계가 18.5%, 아프리칸 아메리칸, 즉 흑인이 13.4%, 아시아인이 5.9%의 인종 비율을 차지했다. 이민자들을 위한 차별방지법 등 공식적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얼마만큼 동화되느냐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사회에 흡수되기 위해 애쓴 기억이 있는 모든 이들은 미나리를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느꼈다. 그렇게 미국 영화 미나리는 마침내 한국 관객에게도 와닿았다.
 
한국 독립영화, 세계의 주목을 받다

미나리는 미국 영화이기에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을 한국 영화의 성과로 볼 순 없으나 그가 토종 한국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생충> 이전부터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맞지만 한국 배우 개인에 이렇게까지 이목이 집중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나리의 윤여정처럼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우리나라 독립영화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윤여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비롯해 <죄 많은 소녀>, <벌새>, <남매의 여름밤> 등 최근 몇 해 사이 우리나라 독립영화는 세계적인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그중에서도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59관왕을 기록했다. 특히 앞서 언급된 선댄스 영화제와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벌새는 한국적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다. 대한민국의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 ‘은희’가 겪는 1994년을 그려냈다. 한국의 1994년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있었던 상징적인 해다. 김보라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그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에게는 공동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해당 사건을 다루고자 했다”며 “동시에 ‘은희’가 여러 가지 고통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날갯짓하는 희망적인 모습을 담아 영화에 ‘벌새’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벌새가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 독립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벌새를 시작으로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를 기록했듯, 한국 독립영화와 배우들에 계속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유빈 수습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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