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암호화폐가 연일 화제다.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 암호화폐 거래 규모도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암호화폐 종합시장지수(UBMI)는 1만 2231.69포인트다. 지수가 처음 산출된 지난 2017년 10월 1일의 1천 포인트보다 약 12배 증가한 수치다. 즉 업비트에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의 전체 시가총액이 약 12배 증가한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가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받고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결과다. 화폐의 발전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암호화폐의 등장으로까지 이어졌을까. 또한 암호화폐는 인류의 미래 화폐로 사용될 수 있을까. 화폐의 변천을 복기하며 그 실마리를 얻어보고자 한다.

조개껍데기에서 금속으로

화폐란 상품 교환 가치의 척도가 되고 그것의 교환을 매개하는 일반화된 수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화폐의 등장은 농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생활방식이 이주에서 정착으로 전환되는 신석기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정착생활 이후 농업과 목축업의 발전은 인류에게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자원을 넘어 더 많은 잉여생산물을 안겨줬다. 잉여생산물을 얻게 된 인간들은 잉여생산물을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얻기 힘든 제품을 가진 집단과 교환했다.  
사회의 생산력이 늘어나면서 물물교환은 점차 빈번해졌다. 하지만 물물교환은 거래 과정에서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는 일이 매우 복잡했다. 

또한 내가 가진 물건을 상대가 늘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거래가 실패하기 쉽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인류는 더 편리하고 빠르게 제품을 교환할 방법과 매개체를 필요로 하게 됐다. 그래서 인류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면서도 분합이 쉽고 휴대와 운반이 편리하며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물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것을 ‘물품화폐’라고 부르며 대표적으로 조개껍질, 쌀, 가죽, 포목, 소금 등이 있다. 먀오옌보의 저서 『돈의 탄생』에 따르면 몇몇 물품화폐는 계산이 불편하고 유통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지나치게 무거워 주로 조개껍데기만이 지속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인류가 금속을 주조하고 제련하는 기술을 습득한 이후에는 구리, 철, 금, 은 등으로 만들어진 ‘금속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기원전 24세기에 은과 같은 귀금속을 화폐로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16~15세기에 조개껍데기를 물품화폐로 사용했으나 춘추시대인 기원전 8~7세기경에 농기구와 칼 등을 본뜬 ‘포전’과 ‘도전’을 주조했다. 기원전 3세기에는 진나라의 시황제가 둥근 원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주화’를 제작·유통했다. 이러한 형태는 이후 약 2천년간 이어져 동아시아 문화권에 전파됐다. 서양의 금속화폐의 경우 기원전 7세기에 지금의 터키 지역인 리디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일렉트럼 코인’이라 불리는 이 화폐는 천연 금과 은의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그 형태가 그리스와 로마로 전파됐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유럽에서는 약 1천년간 금과 은으로 만든 화폐가 사용됐다.

신용에 기반한 화폐의 등장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폐는 그 소재가치가 액면가치와 동일하지 않더라도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을 ‘신용화폐(명목화폐)’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일반적 수용성이 법률 및 사회의 신용에 의해서 보증된다. 세계 최초의 지폐는 10세기 말경 중국 북송시대에 사용된 ‘교자’다. 중국에서 사용되던 철전은 무거워 휴대하기 불편했고 강도에게 약탈당할 위험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상인들은 종이에 철전의 양과 금액을 적은 예탁증서 형태의 지폐인 교자를 철전 대신 사용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금과 은, 철을 위주로 하던 금속화폐가 화폐유통의 영역에서 물러나고 세계화폐가 순수 신용화폐로 전환된 것은 1900년대다. 화폐 단위의 가치와 금·은의 일정량의 가치가 등가관계를 유지하는 각국의 금본위제도와 은본위제도는 제1차 세계대전과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일본의 패배가 확실해진 뒤 전후 세계 금융질서를 세우기 위해 열린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미국 달러가 금태환을 전제로 하는 기축통화가 됐다. 이후 달러 위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1971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종식시켰고 달러는 금태환 없이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됐다. 이때부터 화폐의 발행은 금·은에 구속되지 않았고 신용를 바탕으로 하는 화폐가 본격적으로 유통됐다. 

물품화폐 사용 시기에는 화폐의 위조나 변조가 드물었지만 금속화폐가 등장하면서 위조행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폐가 발행되면서 일반적으로 화폐의 액면가치에 비해 소재가치가 낮아지자 이런 현상은 심화됐다. 각국은 화폐에 대한 믿음이 훼손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신용사회질서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화폐의 품질관리와 위조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한국은행은 그 해 필요한 화폐량을 예측해 한국조폐공사에 제조를 의뢰한다. 이때 한국조폐공사가 제조하는 지폐에는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띠형 홀로그램’, ‘미세문자’, ‘볼록인쇄’, ‘숨은그림’ 등 다양한 첨단 위조방지장치가 들어간다.  

현대에도 화폐를 대체할 다양한 수단이 지속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처음에는 종이에 거래할 금액을 쓴 어음이나 수표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들고 다니는 불편을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편리한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와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의 전자자금이체 수단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하고 개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장점 때문에 화폐는 앞으로도 중요한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암호화폐, 미래의 화폐일까

반체제 히피운동 이후 ‘암호(cypher)’와 저항을 의미하는 ‘펑크(punk)’가 합쳐진 ‘사이퍼펑크 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암호기술을 이용해 거대집단의 감시에 맞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했다. 제이컵 골드스타인의 저서 『돈의 탄생 돈의 현재 돈의 미래』에 따르면 이들은 현금의 익명성은 보장하지만 무겁게 들고 다녀야 하는 지폐와 주화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종류의 전자화폐를 꿈꿨다. 무은행 디지털 현금 계획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이퍼펑크 운동의 선두에 있었던 ‘데이비드 차움’은 개인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1990년 최초의 암호화폐인 ‘이캐시(ecash)’ 개발을 통해 암호화폐의 초석을 다졌다. 하지만 암호화폐에는 여전히 ‘이중지불’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암호화폐는 사실상 이미지나 PDF 문서 같은 디지털 파일이므로 단일거래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암호화폐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거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중지불을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장부책임자가 없는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이 고안됐다. 그 결과 2009년 탄생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에는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는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됐다. 이후 다양한 종류의 암호화폐가 개발돼 현재는 지난 3월 기준 약 8500종의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한밭대 경영회계학과 이동건 교수는 암호화폐에 대해 “전자화폐는 발행자가 대가의 지급을 보증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암호화폐는 발행자의 실체가 없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참여자들이 서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 기존 화폐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은행의 참여를 부정하고 이용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수단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구현한 것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본다”면서도 “발행의 주체가 없어 참여자 사이에 가치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거나 교환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있어도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술의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는 아직 화폐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교수는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의 수단이므로 현대 국가의 지폐와 같이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거나 과거 금본위 화폐와 같이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암호화폐는 둘 중 아무 것에도 해당되지 않고 변동성이 심해 화폐의 기능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사회에서 개인들 사이에 암호화폐가 일반화된 교환수단으로 사용되고 변동성이 안정된다면 화폐의 기능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암호화폐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주식 시장보다 변동성이 심한 시장이라 전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화폐의 향후 변화에 대해 “각 국가들이 주도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이러한 디지털 화폐가 새로운 교환수단으로서 기존의 지폐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추가로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가 기존의 달러와 같이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밝혔다.


황성진 기자 kikihs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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