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에 불편함을 겪을 때 안타깝죠. 비장애인이었다면 저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 출구로 바로 빠져나가 목적지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은
장애인들의 이동이나 행동을 위축시킬 수 있거든요.
지하철을 이용할 때 어르신들이 해주시는 ‘세상 참 좋아졌지?’ 라는 말은
오묘하게 들리곤 합니다”
 
서울시립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대학 재학생 김민수(도사 19) 씨가 이동권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 투쟁단에 소속된 약 50명의 장애인이 세종시 도로 위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한 퇴근길 정체로 세종시는 차량 우회를 안내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 지하철 역사 중 1동선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곳의 엘리베이터 공사를 위한 예산이 이번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자 이를 규탄한 것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이동의 장벽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의미의 운동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등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에게 맞춰져있는 부분이 많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로 인해 한 장애인이 사망하게 된 것을 계기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저상버스의 도입이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고 차체 바닥이 낮은 버스로 경사판이 장착돼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지난 2019년의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53.9%로 가장 높았고 전국의 보급률은 26.5%에 그쳤다.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저상버스의 비율도 문제지만 저상버스의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민수 씨는 “저상버스 내 리프트 작동에 미숙한 버스운전기사가 더러 있어 리프트를 작동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혼잡시간에 운행이 지체되면 이용을 하기에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장애인자립센터(이하 SCIL) 측은 “버스운전기사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승차하기 어려운 지점에 정차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사로 조작이나 휠체어 고정 장치에 대한 숙지도 부족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및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서울시내 저상버스를 꾸준히 도입해오고 있으나 매년 수요 대비 국비지원 금액이 부족해 도입률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국고보조금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저상버스 도입보조 사업은 국비와 시비 매칭으로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국비의 지원 없이 시의 재원만으로 추진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2019년부터 저상버스 예약서비스를 실시해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권 증진에 힘을 쓰고 있다”며 “예약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시내버스 65개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운전기사 대상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하반기 서울시 시내버스 65개사 점검 시 리프트 작동 오류 여부, 운전원의 리프트 이용방법 숙지 등을 확인해 부족한 점이 적발될 시 회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택시 수에 비해 이용자가 많아 대기시간이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콜택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과 지역 간의 이동을 할 수 없고 타 지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려면 미리 그 지역 장애인콜택시 운영센터에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사회제도의 미비는 나아가 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을 어렵게 한다.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립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오랜 세월 동안 사회구성원의 일원이기보다 보호대상으로 인식돼왔다. 그 결과 장애인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보다는 시설 정책이 장애인을 위한 주된 정책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시설의 규율과 통제에 기반한 집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운영기관의 규율에 따라서는 강압적 수용상태로 전락하기도 해 문제가 발생했다. SCIL 측은 “시설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식사와 일상을 하고 자야 하는 규율이나 규칙이 있다”며 “집단을 관리하기 위한 효율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각각의 인권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부터 서울시 복지재단은 거주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주택 운영 사업을 시작했다. 

자립생활주택은 시설 내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자립하기에 앞서 오랜 시설 생활에서의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독립적 생활을 연습하는 주거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퇴소해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장애인이 일정기간 동안 거주하며 사회를 체험하고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SCIL 측은 “그동안 장애인은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가족과 사회복지 전문가 등의 선택으로 거주시설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애인도 성인이라면 자립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들은 가정이나 시설에서 통제를 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편견 어린 시선보다 공감하는 마음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에 따르면 탈시설화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거주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의 행복 증진이다. 무조건적인 탈시설도 전적인 시설수용도 아닌 각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도록 돕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사회에서 복지자원을 충분히 확충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시설에 거주하는 성인 장애인은 약 2200명이지만 탈시설화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은 연간 최대 15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체가 탈시설을 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15년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매년 장애인지원주택이 최소 70호씩 공급돼야 하고 각 주택을 운영하는 관리비용과 활동지원비용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서의 편견 해소가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정착과 관련해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은 지체장애인에 비해 뇌병변이나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수반해야 최종적인 지역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SCIL 측은 “시설에 있던 많은 장애인들은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를 문제로 지적하며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완전한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원, 경제적 지원, 이용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거주시설의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주택을 거쳐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민수 씨는 “복지관이나 지하철역 등에서 타 장애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정책이나 제도는 훨씬 좋아졌지만 아직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장애인들의 삶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자세와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유은수 수습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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