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주문 시스템인 키오스크 도입이 활발해지며 음식점, 은행, 도서관 등 생활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그동안 키오스크 사용과 관련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노년층, 장애인 등의 접근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디지털 취약 계층인 노인이나 장애인을 배제한 채 효율성을 위해 기계만 들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속도로 늘고 있는 키오스크, 인건비 절감 효과 톡톡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상승으로 키오스크 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편의점과 같은 유통 소매 업체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도 무인 민원 발급기를 설치하는 등 사용 범위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아예 키오스크만을 두고 매장이 운영되는 무인 매장도 생겨났다. 매장 관리가 용이하고 상주 직원이 필요 없어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이나 스터디 카페 같은 상업 시설을 중심으로 무인 매장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에서는 사람과 기계의 분업이 이뤄진다.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직원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식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주문을 받는 직원을 따로 둘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다. 낮은 가격대도 업주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는데 망설이지 않는 이유다. 키오스크 한 대의 평균가격은 약 3~4백만원으로 저렴한 편인 데다가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규모 업체라도 무리 없이 키오스크를 들여올 수 있다. 한편 소비자도 키오스크가 도입되고 여러 이점을 누리게 됐다. 대기 시간 없이 빠르게 주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키오스크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토핑과 추가 메뉴를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편리함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주문 어렵게 하기도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지만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곤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대표적이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고 싶어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  ‘키오스크 장벽’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4%),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49%), 뒷사람 눈치가 보임(49%),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을 꼽았다. 복잡한 절차로 인한 어려운 작동 방식과 뒷사람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 노년층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키오스크 장벽은 더 높다. 키오스크 높이가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앉은 상태에서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시각 장애인의 경우 음성 안내 서비스가 갖춰져 있지 않거나 발권 티켓 배출구나 카드 삽입구 등에 점자 안내가 없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장애인 키오스크 사용과 관련된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키오스크의 도입 속도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미진하다”며 “키오스크 설치 현황, 장애인 접근성 보장 여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가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취약 계층 접근성 높이기 위한 움직임 일어나

현재 이런 취약 계층을 위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서초톡톡C’를 개발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구는 지난해 5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 60개소 노인 교육기관에 서초톡톡C를 보급하기로 했다.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잇따른다. 지난달 19일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의 ‘너에게 닿기를’ 팀은 울산소방본부 울산안전체험관 등 4곳에 키오스크 보조기구 ‘터치봉’을 기증했다. 팀이 자체 개발한 터치봉은 휠체어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일어서지 않더라도 손쉽게 높은 화면에 닿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지현 씨는 “무언가를 이용하고 구매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접근성을 높여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터치봉 개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기계 자체가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돼야 하는데 지금은 높고 큰 키오스크가 쓰이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고 키오스크 접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현지 기자 hghg9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