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사회부장
김우진 사회부장

신문사 일 중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취재다. 그중에서도 취재원과 연결해 인터뷰를 하는 것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수습기자 시절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거절당할 용기와 취재원을 향한 절박함이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다. 사회부장이 된 지 1년이 지난 이제는 다르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은 피해야 한다는 강박과 이 취재원과 연결하지 못하면 기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연락처를 알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남긴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한다. “네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대신문 김우진 기자라고 합니다”

그러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아 네 안녕하세요”와 “네? 어디요?”. 후자의 경우 다시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다. 신문사에 입사해 1년 6개월 남짓 동안 총 27명의 취재원과 인터뷰를 했다. 취재 시도로만 따지면 훨씬 더 많은 수일 것이다. 그중 인상 깊은 취재원들이 몇몇 있다. 우리대학 학생과 인터뷰를 할 때 “항상 노고에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황송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대학 밖 취재원과 전화 인터뷰를 할 때였다. 취재원이 “에휴 그냥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할게요”라며 원하던 답변을 정확히 말해줬다. 그때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취재하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땐 인터뷰도 시작하기 전에 취재원이 “신문사에 두고 써요. 몇 개 안남은 귀한 거예요”라며 단체의 굿즈를 잔뜩 쥐어줬다. 굿즈를 넣은 가방이 가득 찼다. 인터뷰를 거절한 취재원들도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희미해지고 이렇게 좋은 기억을 남긴 취재원들만이 남아 추억을 꾸렸다.

이들 중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얼굴은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 말투, 우리에게 전한 말들은 또렷이 기억한다. 낯선 누군가와 조우해 대화를 하고 그 이야기를 글로 녹여내는 일을 하며 그 사람들이 새겨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터뷰 시간동안 여백의 웃음, 헛기침, 머쓱함 등을 나눴다. 그들로 인해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힘을 얻고 감명을 받은 순간들이 더 많았다. 이것은 사회부의 특권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오늘 아침 지나가던 이가 중얼거린 말에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하고 TV 속 어린아이의 사연에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한다. 까마득하게 낯선 이들과 만날 때도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데 먼저 다가간 사람과의 대화에선 당연히 더 큰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것은 힘이다. 그들의 경험, 말, 가치관이 담긴 힘이다. 사람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힘을 내가 받고 또 나의 힘을 주는 것은 추억이자 살아가는 동력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시 구절이 있다. 삶 속에 있는, 스치는 그 모든 방문객에게서 힘을 얻고 또 주는 어마어마한 일들을 우리 함께 해나가자.  


김우진 기자 woojin25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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