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됐다. 첫 화에서는 유품정리사인 그루와 아버지는 한 공장의 계약직 노동자인 김선우 씨의 떠난 자리를 정리한다. 방송통신대를 준비하며 정규직을 꿈꾸던 청년 김 씨는 갑자기 공장에 불려 나가 홀로 일을 하던 중에 기계에 다리가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회사의 강압으로 병가도 내지 못하고 병원에도 가지 못했던 김 씨는 결국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아픔에 괴로워하다 마지막 눈을 감는다. 고인의 장례식장을 찾은 회사 직원들은 그의 부모에게 산재가 아니라 혼자 집에서 죽은 것이라며 파렴치한 거짓말을 한다. 해당 회차를 보는 내내 이런 마음 아픈 서사를 몰아넣은 작가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머리 속에 하나둘 떠올랐다.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대학생 노동자 고 이선호 씨, 지난 2018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그리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거나 호명되지 못한 수많은 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9년 11월 경향신문에서는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1748번의 죽음의 기록’이라는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이 인터랙티브 뉴스에서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1748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같은 달 지면신문에는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라는 제목으로 노동자 1200명의 부고를 실었다.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 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몇 년마다 굵직하게 보도되는 사건들만이 다가 아니다. 산업재해는 매일매일 오랜 기간 고질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문제다. 보통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은 이렇게 젊은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나 끔찍하고 ‘특별한’ 죽음인 경우다. 언론의 굵직한 보도 이후에는 법안 제정이 이뤄진다. 이렇게 세상이 그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변해가는가 싶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힘없고 위험한 일을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몇몇 ‘특별한’ 죽음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죽음들을 막기 위한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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