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이라는 단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한 건 한 달 전쯤이었다. 날이 풀리며 열린 여러 걷기대회, 마라톤 중 플로깅을 함께하는 걷기대회가 기자의 눈에 띈 것이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환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요즘, 개인이 여가생활을 즐기며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활동이다. 기자는 쓰레기를 줍고 싶어서가 아니라 ‘운동을 하는 김에 쓰레기도 주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지난 19일 플로깅을 했다.

플로깅을 하기로 결심하고 일정을 잡은 후 준비물에 대해 고민했다. 우선은 쓰레기봉투가 필요했다.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으면 바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으니 종량제 봉투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자가 생각한 코스는 망원 한강공원이었고 기자의 거주지는 종로구였다. 어떤 지역구의 종량제 봉투를 가져가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 망원 한강공원에서 즐기는 플로깅
▲ 망원 한강공원에서 즐기는 플로깅

마포구 종량제 봉투를 가져가면 마포구에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그럼 재활용을 하기가 힘들고 또 마포구 어디에 그 봉투를 버려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처리가 힘들다. 반면 종로구 종량제 봉투를 가져가면 쓰레기 처리는 용이하지만 집까지 그 쓰레기를 다시 들고 와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쓰레기 처리가 용이한 종로구 종량제 봉투를 들고 가기로 결정했다. 또 한 가지 준비물은 집게였다. 집게로 쓰레기를 집어야 했기에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날이 화창한 19일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망원으로 출발했다. 망원역에 도착해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봉투를 들고 기자는 집게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만나자마자 플로깅을 시작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계속 주웠다. 영수증, 전단지, 음료병 등 다양한 쓰레기가 있었지만 줍기도 힘들면서 가장 많은 쓰레기는 바로 담배꽁초였다. 크기가 작아 집기도 힘든데 양까지 많았다. 거리에 있는 담배꽁초를 줍다보면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 같이 흡연자들이 애용하는 흡연 장소에 다다르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줍다 보니 문득 우리가 아직 망원역 근처라는 것을 깨달았다. 

▲ 쓰레기를 줍기 전과 후의 거리 모습
▲ 쓰레기를 줍기 전과 후의 거리 모습

원래 망원역에서 공원까지는 걸어서 약 15분이 걸린다. 플로깅을 한 이날에는 약 30분이 걸렸다. 공원에 다다르기도 전부터 허리가 뻐근하고 땀이 났다. 거리엔 쓰레기가 정말 많았다. 가로수 근처엔 특히 많고 간혹 거리 한 편에서 많은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노다지다!”라며 얼른 가서 모든 쓰레기를 주웠다. 게임같이 플로깅을 했다. 나름의 재미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쓰레기들에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왜 이곳에 이런 쓰레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쓰레기들이 거리에 버려져 있었다. 

망원 한강공원에선 축구장부터 서울함공원을 지나 넓은 잔디밭 끝까지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한강 조깅 코스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쓰레기 없는 거리는 여유롭게 걸었다. 망원 한강공원의 끝자락인 넓은 잔디에 다다르자 수많은 텐트가 반겼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본격적인 플로깅이 시작됐다. 과자봉지, 음료병, 담배꽁초, 비닐 등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놀면서 버린 쓰레기들이 잔디에 널브러져 있었다. 텐트 사이를 비집고 쓰레기를 주웠다. 공원 끝 편의점에 다다르며 플로깅을 마무리 지었다. 플로깅을 시작하기 전엔 쓰레기가 없어서 플로깅이 아니라 조깅이 될까봐 우려했는데 기우였다. 봉투는 가득 찼다. 

가득 찬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분리배출을 한 후 플로깅을 완전히 마쳤다. 플로깅을 하며 든 생각은 쓰레기를 거리에 버리지 않으면 주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흡연자들이 거리에 담배꽁초를 무심히 버리지만 않으면 거리 쓰레기의 대부분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 플로깅을 하고 나니 착한 일도 하면서 운동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차고 뿌듯했다. 플로깅을 하면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날이 풀려 걷기 좋은 요즘, 봉투와 집게를 들고 거리에 나가 걷길 권해본다.


글·사진_ 김우진 기자 woojin2516@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