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국내 여러 사찰에 연등이 달렸다. 지난 15일에는 연등회의 행사 중 하나인 연등행렬이 조계사 앞에서 이어졌고 불교중앙박물관에서는 오는 7월 23일까지 연등회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 오신 날은 기독탄신일(이하 성탄절)과 함께 국가공휴일로 지정돼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이 부처님 오신 날이 공휴일로 지정돼있지 않은 나라들도 존재한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의 기념일이 모두 공휴일이다. 그렇다면 각 나라마다 종교적 기념일이 공휴일로 인정되거나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각 종교의 기념일은 나라마다 어떤 모습의 차이를 보일까.
 

▲ 불교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문수동자등
▲ 불교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문수동자등

종교기념일이 공휴일이 되는 기준 모호해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종교의 기념일로는 성탄절과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한 국교가 있지 않음에도 종교기념일이 공휴일로 지정돼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스라엘의 경우 부처님 오신 날은 물론 성탄절도 공휴일이 아니지만 이스라엘 민족의 고유 역사와 종교가 관련된 날들은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말레이시아는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의 종교기념일이 모두 공휴일로 지정돼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국교가 아닌 종교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이례적인 사례로 국교는 이슬람교이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네 종교의 종교기념일을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 유형별 인구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44%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그 중 기독교(44.9%), 불교(35.4%), 천주교(18.5%) 순서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두 종교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지정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식목일처럼 없어졌던 공휴일이 다시 생기기도 하고 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두 개의 종교기념일이 모두 공휴일이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존재하지 않지만 줄곧 성탄절을 국가의 공휴일로 인정해왔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우리나라에서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정부의 뜻과는 모순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용태영 변호사가 앞장서서 부처님 오신 날의 공휴일 지정을 주장했고 1975년에 공휴일로 지정됐다. 가톨릭대학교 신학과 변종찬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성탄절이 국가공휴일로 제정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서양의 여러 나라들과 제휴하면서 성탄절을 공휴일로 여기는 관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을 것”이라고 공휴일 지정의 이유를 추측했다. 동국대학교 정각원 측은 “행정적으로 불교기념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불교가 가지는 종교적 가치의 중요성과 당시 가장 다수였던 불자 인구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공휴일이 아닌 나라

동양에서 많이 발달한 불교는 석가모니가 창시한 종교로 불경을 경전으로 삼는다. 불교는 다양한 종파로 나뉘어 발전해왔는데 교리나 의식이 종파에 따라 다른 부분이 많아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모두가 같은 날 기념하는 성탄절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날로 통일돼있지 않다. 그래서 음력 4월 8일을 기념하는 우리나라와 음력 4월 15일을 기념하는 스리랑카의 부처님 오신 날에는 차이가 있다. 불교의 4대 명절에는 탄신일, 출가일, 성도일(깨달음을 얻은 날), 열반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대 명절이 모두 다른 날이고 탄신일만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만 태국에서는 탄신일과 성도일, 열반일을 모두 ‘베삭데이(vesak)’라는 이름으로 기념한다. 정각원 측은 “태국이나 스리랑카와 같은 동남아시아의 불교국가에서는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부처님 오신 날로 정하고 이 날을 베삭데이로 기념하고 있다”며 “베삭데이가 국가공휴일인 태국에서는 큰 축제를 벌이고 알코올 판매를 금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이를 기념하는 방식에 조금씩 차이는 존재하지만 불교기념일에는 연등이 많이 활용된다. 연등은 욕심과 집착으로 어두워진 마음과 세상이 지금 밝히는 지혜의 등불로 인해 밝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 연등은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한다. 우리의 번뇌는 욕심, 화냄, 어리석음이며 이는 어둠을 의미한다고 본다. 어둠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빛이기 때문에 연등을 밝히는 것을 중요한 공덕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등불을 밝혀 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의미의 연등공양을 한다. 정각원 측은 “부처님 오신 날은 단순히 한 인간의 생일을 넘어 ‘생명 있는 모든 것이 불성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존귀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수행과 자비를 실천하면 부처를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신 분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 조계사를 장식하고 있는 연등들
▲ 조계사를 장식하고 있는 연등들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닌 나라

성탄절은 기독교와 천주교의 공통적인 종교기념일로 많은 나라들이 공휴일로 지정한 대표적인 종교기념일이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성탄절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축제를 지내는 날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변종찬 교수는 “기독교에서는 성탄절에 예배를 드리고 가톨릭교회에서는 미사를 드린다”며 “기념하는 방식만 조금 다를 뿐 의미에는 아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창시된 종교이며 천주교는 로마 주교인 교황을 수장으로 하는 기독교의 한 갈래로서 가톨릭(catholic)이라고도 불린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많은 축일이 있지만 그 중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대표적인 날에는 1월 1일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8월 15일의 ‘성모승천대축일’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 두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내고 있지만 각각이 종교적인 기념일의 의미를 지녀 지정된 공휴일은 아니다. 

변 교수는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닌 곳에서는 대부분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다”며 “이란 등의 이슬람교 우세 국가들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기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교를 믿는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며 중국의 경우 성탄절인 12월 25일이 공휴일이기는 하지만 종교와는 무관하게 제헌절이기 때문에 지정됐다. 물론 공휴일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성탄절을 기념한다.

변 교수는 “유럽의 각 도시는 자신의 수호성인을 모시고 있다”며 “따라서 각 도시의 수호성인 축일을 그 도시의 공휴일로 정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역마다 공휴일이 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가톨릭과 기독교가 각각 우세한 지역에서만 인정되는 기념일이 따로 있다. 이 날에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에 따라 축제를 벌인다. 이들은 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집을 장식해 축제 분위기를 드러내고 성탄 전에 시장과 거리를 장식하기도 한다. 각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나름대로 성탄과 관련된 행사, 곧 연극이나 성가 발표회 등을 통해 성탄절을 경축한다.

도교의 명절, 삼원절

도교는 황제와 노자를 교조로 삼는 중국의 토착 종교다. 고려 시대와 조선 중기까지는 한반도의 사람들도 삼원절을 기념했다. 삼원절은 도교의 삼대 명절인 상원, 중원, 하원을 말한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김지현 교수는 “도교의 종교기념일은 기념일만을 정리해두는 캘린더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다”고 말한다. 중국과 홍콩의 도교사원인 ‘도관’에서는 노자의 탄신일부터 도교 천상계에 속하는 수많은 신들의 생일로 정해진 기념일에 봉헌을 올린다. 잘 알려진 도교 유례 절일로는 ‘중원절’이 있다. 음력 2월 5일은 노자의 탄생일로 여겨져 기념되고 있는데 이는 서기 715년에 노자를 당나라 황실의 조상으로 숭상해 현원절로 지정하고 사흘간 경축했던 데서 기원한다. 

지난 서기 666년, 당의 고종이 노자에게 현원황제라는 호를 추증한 이후 노자는 현원황제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데 현원절은 ‘현원황제의 탄신일’이란 뜻이다. 더불어 김 교수는 “현재 중국에서 기념하고 있는 절일 중 하나인 중원절은 상원 음력 1월 15일, 중원 7월 15일, 하원 10월 15일에 각각 도교의 신인 천관, 지관, 수관에게 봉헌하던 절일에서 유래했다”며 “중원에는 지관이 담당하는 지하세계와 소통이 가능하며 따라서 귀가 된 조상신이 귀환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종교에는 많은 기념일들이 존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모습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종교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지금 우리는 타종교에 대해서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는 종교 간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각 종교의 차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 종교 간의 분쟁을 막고 서로가 상호 보완해나가며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글·사진_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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