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와 산업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업연구원에서 지난 10일 발표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의 한국경제」에서는 코로나19가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을 이전 5년간 연평균 성장률보다 3.7%p 이상 낮추는 충격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린 산업이 있다.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의 지난해 성장률은 22.6%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이 17.7%인 것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린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는 자율주행 자동차,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에 쓰여 ‘21세기의 쌀’, ‘미래 먹거리’로 불릴 만큼 미래를 주도하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이 환경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후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 공장

지난 2월 미국 전역에 찾아온 북극 한파의 여파로 텍사스 주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현재 대만에서는 56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전 세계 위탁생산 반도체의 63%를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 ‘TSMC’와 ‘UMC’의 반도체 공장에서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한파와 대만 가뭄의 원인이 기후 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한파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에 갇혀있던 차가운 북극 공기의 남하가 원인이었다. 또한 대만은 한 해 평균 3~4개의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강수량을 확보하는 나라였지만 지난해 이상 기후로 모든 태풍이 대만을 비켜간 것이 가뭄의 원인이 됐다.

한파와 가뭄으로 반도체 공장이 멈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물 부족’ 때문이다. 불순물에 민감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반 용수에서 정제 작업을 거친 ‘극초순수(ultrapure water)’를 사용해 반복 세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상 기후로 반도체 공장에서 쓸 물이 부족해지면서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데이터’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OTT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66.3%로 2019년 52%, 2018년 42.7%와 비교하여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추세이다.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이후 실외보다 실내에서, 대면보다 비대면 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OTT 동영상 서비스나 화상회의 어플리케이션 등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센터의 컴퓨터를 빌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곳인 ‘데이터센터’에서는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반도체가 들어간 수천 대의 PC에서 24시간 365일 저장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24시간 쉬지 않고 수천 대의 PC가 돌아가고 있으니 많은 양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가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장치가 필요하고 냉방장치를 가동시킬 전력도 필요하다. 또한 데이터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력량도 무시할 수 없다.

데이터는 계속해서 쌓여가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일상에서 깨우치기란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반도체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나면 반도체 산업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서 지난해 5월에 발표한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을 통해 2000년 이후 국내 데이터센터의 수는 매년 5.9% 증가하여 2019년에는 158개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비대면 서비스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량이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이며 전력 사용량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데이터 사용의 증가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세계 IT기업들은 저마다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데이터센터 자체를 온도가 낮은 곳에 건설해 냉방장치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스코틀랜드 북부 해저에 특수 합금으로 완전 밀봉한 데이터센터를 입수시켜 별도의 냉각작업 없이 서버를 가동시켰다. 또한 구글과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부터 미 알래스카주, 캐나다 북부, 스웨덴 등 추운 지역에 집중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해왔다.

국내 IT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기온이 낮은 강원도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했으며 지난 2019년부터 세종시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빗물과 폐열, 지열 에너지와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는 4천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2023년까지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 측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세울 예정”이라며 “전기 사용량처럼 상수 사용량을 신경 써 모니터링하고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등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 소모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을 따르듯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북돋우면서도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 및 연구개발지원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최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쌓여있는 메일을 삭제하고 드라이브를 정리하는 등 디지털 데이터를 비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며 환경오염이 가속화되고 이로 인한 기후 변화로 또다시 인간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가시화된 환경오염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은정 수습기자 e0623j@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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