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괴물>을 아시나요? <괴물>은 가상 배경인 문주시 만양읍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심리 추적 스릴러물입니다. 파출소가 <괴물>의 배경들 중 한 곳이 되는 만큼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형사소송법』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는 괴물을 잡으며 ‘미란다 원칙’과 함께 형사가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란다 원칙이란 『형사소송법』 용어 중 하나로 경찰이 용의자를 구속, 심문하기 전 용의자에게 고지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흔히들 들어봤을 법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진술은 추후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당신은 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만약 당신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 것이다. 이 권리가 있음을 인지했는가?”라는 문구가 바로 미란다 원칙입니다. 일반적으로 미란다 원칙을 적용할 때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묵비권,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진술 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돈이 없는 경우 발생 시 국선변호인 선임권의 네 가지 원칙이 고지됩니다.

모든 법과 규칙에도 예외가 존재하듯이 미란다 원칙을 적용할 때도 예외가 있습니다. 우선 경찰관이 주행되고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를 멈춰 세울 때입니다. 원래는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운행을 멈추고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그 소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원칙을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또한 지역의 치안과 같이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경우에도 미란다 원칙의 예외가 인정됩니다.

현재는 웹툰,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 미란다 원칙이 등장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베테랑>, 애니메이션 <유니미니펫>, 웹툰 <D.P 개의 날> 등에서 미란다 원칙이 언급됐습니다. 영화 <세븐데이즈>에서는 “넌 변호사 선임해봐야 아무 소용 없고”라는 대사로, 웹툰 <정열맨>에서는 “당신은 변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라는 대사로 미란다 원칙이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미란다 원칙은 미국의 한 판례에서 유래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에르네스토 미란다는 1963년 애리조나 주에서 18세 소녀를 납치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됩니다. 그런데 소녀가 범죄의 충격으로 인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미란다가 범인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2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 끝에 미란다의 자백은 물론 범죄를 시인하는 진술서에 서명도 받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법정에서 미란다의 변호인은 ‘경찰이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거나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미란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합니다. 이에 경찰 측은 “미란다가 직접 작성한 자술서의 첫 장에 이러한 권리를 고지하는 문장들이 이미 인쇄돼 있었으므로 미란다에게 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맞서게 됩니다. 
 

변호인과 경찰 간의 갈등으로 이 사건은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1966년 연방 대법원은 ‘심문 이전에 용의자의 권리를 직접 알려주지 않아 용의자가 본인의 권리를 충분히 안 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미란다 측의 주장이 옳다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이때 비롯된 원칙이 바로 체포 시 용의자에게 권리를 ‘직접’ 알려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형사소송법』 제87조 2항을 살펴보면 체포 이유와 미란다 원칙 중 변호인 선임권 등만 용의자에게 고지돼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진술거부권은 고지 대상에서 제외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하위 규정이자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서는 지난 1월 1일부터 진술거부권을 포함시켰습니다. 상위법과 하위 규정 간 고지의 범위가 다른 상태인 것이죠. 

이에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3월과 4월경 『형사소송법』에도 진술거부권을 명문화하자는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헌법』 제12조 2항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항목을 언급하며 진술거부권은 헌법에서 보장받는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용의자의 헌법상 권리 보장과 체포 현장의 혼선 완화, 정당하고 신속한 수사 등을 위해 진술거부권 명문화를 추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허인영 기자 inyoung32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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