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이하 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꿈꾼다. 이들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내달 말까지 국민의 25%인 1천 300만 명, 9월 말까지 70%인 3천 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에는 2차 접종자를 70%까지 늘려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집단면역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또 이를 위해 접종받는 백신은 어떻게 우리 몸에 면역 체계를 형성하는 걸까.
 

수의학에서 유래된 집단면역

현재 통용되는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은 1923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 토플리 교수와 그레이험 윌슨 교수의 장염균을 이용한 쥐 실험에서 유래됐다. 실험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 속한 쥐들 중 일부가 감염병에 걸린 뒤 면역력을 갖추면 해당 집단 내의 감염 확산이 멈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현상을 집단면역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집단면역은 집단 내 일정 비율의 개체가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졌을 때 감염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집단면역의 달성 조건은 감염재생산지수(R0) 개념을 통해 산술적으로 결정된다. 감염재생산지수(R0)는 1명의 감염자가 2차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감염자 수를 의미한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계산하는 식은 {1-(1÷R0)}×100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를 3으로 가정했을 때 이 식을 활용하면 67%({1-(1÷3)}×100)라는 수치가 나온다. 따라서 이 수치를 웃도는 전체 집단의 약 70%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 이들이 면역력이 없는 사람을 충분히 보호해 감염 사례가 줄어드는 것이다.

다섯 종류의 백신, 원리는 세 가지로 나뉘어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백신을 수급하고 신속히 접종하기 위해 고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총 네 종류의 백신을 접종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노바백스’ 역시 3분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여기서 백신의 작용원리는 ‘mRNA’, ‘단백질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총 세 가지로 분류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해당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바이러스를 매개로 항원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먼저 벡터 바이러스가 인체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의 무해한 부분으로 알려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산한다. 인체 면역 시스템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해 항체를 생산함으로써 향후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화이자, 모더나가 해당되는 mR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RNA 형태로 구현해 우리 몸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인체에 주입된 mRNA는 체내 세포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한다. 우리 몸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획득하게 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체내에 주입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 벡터 백신보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을 받는다. 노바백스가 해당되는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새롭게 합성한 뒤 투약하는 원리다. 인체의 면역체계는 단백질 항원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체계를 형성한다. 재조합 백신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로 안정성이 뛰어나며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집단면역을 방해하는 부작용과 돌파 감염,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

백신 접종 관련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민들이 접종을 꺼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에 도입돼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부작용으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백신 종류에 상관없이 접종 이후 두통과 근육통, 발열과 오한 등의 부작용도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이처럼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의 원인에 대해 이화여대 목동병원 감염내과 소속 최희정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 성분 중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관여해 열이나 근육통 같은 전신증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비단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다른 백신의 경우에도 항체를 만드는 면역유도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1차 접종과 2차 접종을 모두 마친 이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역시 집단면역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백신 접종을 완벽하게 마쳤음에도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백신 임상연구 결과에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인 5군데 회사의 백신효능은 약 66~95%로 100%는 없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완료해도 감염 가능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변이 바이러스도 문제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1.5배 빠른 것으로 알려진 영국형, 면역을 떨어뜨려 백신 효과를 낮추는 남아프리카공화국형과 브라질형,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50% 더 빠르고 어린아이와 젊은 층까지 위협하는 인도형 등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들이 세계 각국에서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 대부분이 이미 국내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질병관리청에서는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주요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영국형 변이 1천 317건, 남아프리카공화국형 변이 133건, 브라질형 변이 11건, 인도형 변이 131건으로 총 1천 592건”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정부의 집단면역 달성 과정에서 아쉬운 점에 대해 최 교수는 다소 늦어진 접종 시기를 지적했다. 그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나라들은 백신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신속히 도입계획을 세워 당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던 백신 계약까지 체결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계약이 늦어지면서 백신 접종 진행 속도가 늦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현재 5개 회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해 접종이 진행 중이어야 하는데 허가가 늦어지고 있는 노바백스 백신, 공급이 지연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등으로 인해 11월까지 접종이 끝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입장이다.

백신 접종 열풍과 위탁생산 등으로 분위기 반전, 목표 달성 가능할까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 ‘백신 접종 열풍’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60~74세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접종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에는 71만 1194명이 접종하더니 지난 7일까지 약 227만 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세계 평균 접종률인 10.79%도 넘어섰다. 

더불어 만 3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네이버와 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잔여 백신을 맞기 위한 예약을 할 수 있어 하반기 접종이 예정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참여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어 6월까지 1천 300만 명 이상의 접종 목표가 무난하게 달성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국내 제약사가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 백신 제조를 진행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백신 수급 문제 역시 호전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 오는 3분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난 1월부터 본격 생산 진행 중이다.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백신도 국내 업체들이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4월엔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한 4개 업체가 러시아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집단면역에 대한 어려움은 점차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희정 교수는 “11월 목표 달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부는 접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원활한 백신의 공급은 물론 부작용 방지를 위한 백신 모니터링 및 중앙 대책 마련 등을 모두 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은 정부의 방역 대책을 준수하며 본인의 순서가 왔을 때 미루지 말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짜 뉴스가 아닌 백신과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만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언론의 정확한 정보제공도 동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효림 수습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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